[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시중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바젤3(BaselⅢ)'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맞추느라 자금 운용이 빡빡하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RWA 가중치가 높은 대체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 정책펀드에 시중은행이 동원되는 경우까지 많아졌습니다. 출자시장에 풀리는 자금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신생 하우스는 고사 직전입니다."
최근 만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출자시장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IB시장은 보릿고개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펀딩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갈수록 출자 환경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어서다.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바젤3이다. 바젤3은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은행의 손실 흡수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신규 국제은행 자본규제다. 금융지주들은 금융감독원 권고에 따라 CET1 비율을 보수적으로 13%로 유지하고 있다. 법정 규제 수준은 12%다.
CET1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계산한다. CET1이 높을수록 손실 흡수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RWA에는 투자자산의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된다.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등에 출자할 경우 RWA 가중치 400%가 반영된다.
CET1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선 RWA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들이 RWA 가중치가 높은 출자사업에 신중해진 이유다. 신한은행이 직접 및 LP(출자자) 펀드 관련 투자 규모를 기존 1조5000억~2조원에서 올해 약 1조원로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다음 원인으로 꼽히는 건 정부 정책펀드다. 은행 등이 RWA 관리를 위해 출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그마저도 정부 정책펀드로 다수 빠지고 있다. 출자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된 상황에서 정책펀드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민간 PE, VC에 흘러 들어가는 자금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IB업계는 민간 펀딩시장 자금경색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정책펀드에 들어가는 자금에 대해서는 RWA 가중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발전, 공급망안정화, 기후대응 등 정부 정책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만큼은 RWA 가중치를 400%가 아닌 100%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에게 가해지는 RWA 부담은 4분의 1로 경감된다. 그 영향으로 민간 GP(위탁운용사)에 공급되는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은행,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에서 블라인드펀드, 프로젝트펀드 등 매칭자금을 수혈하는 소규모 하우스는 숨통이 트인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금융위원회가 진행한 기후대응펀드에서 산업은행이 출자한 금액에는 RWA 100%가 적용됐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도 이같은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한 중소벤처기업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은행이 보다 과감하게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내년부터 벤처펀드의 RWA 가중치 특례 조항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기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벤처펀드에 국한된 얘기이지만 실현되기만 한다면 그 파장은 IB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나 은행, IB업계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정부부처에 직접 얘기하기는 어려운 주제다. 정부는 시장에 들끓고 있는 목소리를 경청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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