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지난해부터 떠오르고 있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키워드는 '구조조정'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재정난에 빠진 대기업들이 비주류 사업을 매각해 현금 확보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익성 좋은 알짜 자회사와 간판 사업들도 매물로 나오면서 다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24년 대기업 구조조정 M&A에서 두각을 드러낸 하우스는 한앤컴퍼니(한앤코)였다. 작년 초부터 대대적으로 이뤄졌던 SK그룹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한앤코가 받아낸 물량은 총 3건으로 거래 규모만 3조원 중반대에 육박한다(바이아웃·카브아웃 딜 기준). 시작은 지난해 2월 SK엔펄스 파이세라믹스 사업부를 3300억원 가량에 인수한 것이었다.
이어 9월에는 SK스페셜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완료하며 자금조달 단계에 진입했다. 거래 대상은 SK㈜가 보유한 경영권 지분 85%로 거래 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끝으로 작년 말 SK엔펄스 CMP 패드 사업부를 341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해당 거래들은 모두 올해 상반기 중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사모펀드의 입장에서 구조조정 M&A는 1석 2조다. 우선 알짜 포트폴리오를 확보함으로써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업계 불황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만큼 낮은 밸류에이션에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4조원 규모로 예상되던 SK스페셜티의 기업가치 역시 특수가스 업계 침체가 이어지면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여기에 위기에 처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향후 더 좋은 거래의 포석을 깔 수도 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사모펀드와 대기업 간의 불편한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방면의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사모펀드의 투자와 회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고객이자 전략적 파트너다.
올해도 대기업발 구조조정 매물은 다수 등장할 예정이다. 작년 하반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던 롯데그룹은 일찍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이미 국내 1위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탈을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 중인 가운데 비주류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KT, GS, CJ 등도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에 나서며 선택과 집중을 시작했다.
사모펀드에게는 기회의 해다. 특히 지난해 대다수 하우스들이 펀드레이징을 마무리 지으면서 투자 실탄도 넉넉하다. 한앤코, MBK파트너스, IMM PE 등 대형 하우스들은 물론 한투PE, LB PE, 큐캐피탈 등 중견급 하우스들도 펀드 1차 결성에 하나 둘 나서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불황형 M&A가 시작되면 어떤 하우스가 주인공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