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손해보험업계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메리츠화재가 자산 규모 측면에서 업계 상위 손보사와 격차를 대폭 줄이는 만큼 손보업계가 '2강 3중'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금보험공사는 9일 MG손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향후 실사와 어떤 자산과 부채를 인수할지 의견 조율 등 단계가 남아있지만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메리츠화재는 공적자금 지원과 자산부채이전(P&A) 인수 방식 외에도 MG손보의 특정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인수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MG손보 매각은 P&A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인수합병(M&A)과 달리 P&A 방식은 우량한 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인수할 수 있고 고용승계 의무도 없다.
자산 규모, CSM 규모 등 측면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메리츠화재의 MG손보를 품게 되면 손보업계가 기존 '1강 4중' 체제에서 '2강 3중'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리츠화재가 부동의 1위 삼성화재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품게 되면 단순 합산으로 자산 규모가 40조원으로 늘어나 자산 기준으로 손보업계 3위 현대해상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메리츠화재가 이미 순이익 기준으로 2위 자리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라 다른 손보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삼성화재가 84조원으로 가장 앞서고 있다. 이어 DB손해보험(49조원), 현대해상(44조원), 메리츠화재(40조원), KB손해보험(37조원) 등 순이다. MG손보의 자산총계는 4조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 핵심 실적 지표로 떠오른 CSM(보험계약마진)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CSM 잔액은 10조6417억원인데 MG손보를 인수하면 6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CSM은 미래에 보험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계약시점에는 부채로 인식되지만 계약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상각률 등을 반영해 이익으로 반영된다. 이전 회계제도(IFRS4)에서는 수입보험료가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IFRS17에서는 CSM이 이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순이익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메리츠화재는 업계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는 DB손해보험으로 메리츠화재와 순이익 격차는 852억원에 불과하다. 1위는 삼성화재로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8665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실제로 2015년부터 업계 1위 도약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메리츠화재를 이끌고 있는 김중현 대표이사는 취임하며 2025년까지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한 뒤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MG손보가 워낙 긴 시간 경영난을 겪어온 데다 두 회사의 시너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MG손보는 2013년 393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6년까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18년과 2019년 순이익을 냈으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6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MG손보 노조가 진작부터 메리츠화재로 인수에 강력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온 만큼 현재로서는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자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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