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작업이 수의계약 전환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재등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에 이해도도 높고 자본력도 탄탄해 마음만 먹는다면 금융당국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모기업인 메리츠금융지주가 '손해 보는 장사'를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한 데다 MG손해보험 노조도 반대의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는 만큼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이달 24일까지 MG손보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 예보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등 3차 공고 재입찰에 참여했던 3곳에도 관련 안내문을 발송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시선은 메리츠화재에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인데 인수 의지가 여전히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 매각 성공은 메리츠화재의 인수 의지에 달렸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다른 인수 후보들도 메리츠화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수에 나선 주체는 메리츠화재이지만 실제 MG손보 인수 관련 논의는 메리츠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8월 열린 메리츠금융 상반기 기업설명회(IR)에서도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아닌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이 MG손보 인수 관련 질문에 마이크를 들었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은 MG손보 인수의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M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메리츠화재의 외형 성장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실리를 우선하는 경영 전략을 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MG손보의 경우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 선택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인수자의 부담이 적고 공적 자금도 지원된다. 하지만 MG손보의 경영 정상화까지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이 큰 데다 공적 자금도 한도가 정해져 있다.
주주가치 제고도 메리츠금융이 인수합병(M&A) 전략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다. 김 부회장은 "M&A에서 주로 살펴보는 것은 가격이 적절한지, 그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돼 있는지, 리스크의 규모와 성격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이라며 "MG손보도 이런 기준에 맞는지 살핀 뒤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 돼야만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로 매각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에 인수됐을 때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을 염려하고 있으며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정치권과도 적극 소통하고 있다.
MG손보 매각이 P&A 방식으로 이뤄지면 노조의 걱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P&A 방식은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M&A와 달리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예보는 MG손보 세 번째 입찰공고를 내면서 P&A 방식도 열어뒀다.
시장 일각에서는 MG손보 인수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메리츠화재의 경우 실사도 진행하지 않고 3차 공고 재입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인수전에서 정보력도 무엇보다 중요한데 애초 인수에 '진심'이었다면 불리한 상황에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메리츠금융은 여전히 MG손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고 진행할 계획도 딱히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없이 인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인수 의지를 두고서도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만약 메리츠금융이 MG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관건은 공적자금 지원 규모를 둔 예보와 협상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3차 공고 재입찰 때 메리츠화재가 참여 기업 중 공적자금 지원 규모를 가장 크게 적어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는 '최소 비용 원칙'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예보의 입장과 상반된다.
예보는 공적자금 지원 조건을 충족해야만 다른 항목에 대해서도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위한 3차 공고를 내면서 이전과 달리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고, 자금지원 한도 역시 미리 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메리츠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여기에 맞게 떨어질 것처럼 꾸려져 있다"며 "오히려 예보가 아닌 메리츠가 MG손보 인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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