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예금보험공사의 MG손해보험 매각 추진 과정을 두고 보험업계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수의계약 전환으로 뒤늦게 MG손보에 관심을 보인 메리츠화재에 유리한 분위기가 꾸려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예보가 MG손보 매각을 잡음 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내부 기준과 절차를 마련한 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MG손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예보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부실금융기관을 매각한 사례가 적었던 탓에 기준과 절차를 우선 마련해야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예보 관계자는 "법상 공개 입찰에 부칠 때 정한 가격이나 이행 능력 등 평가 기준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다만 수의계약을 언제까지 끝낼지 등은 내부적으로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MG손보 인수 의지를 보인 메리츠화재가 새 주인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 자체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흘러나온다. 예상과 다르게 인수전이 흘러간 영향도 있고 예보의 행보에 석연치 않은 구석도 적지 않은 탓이다.

당장 MG손보 매각 방식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데부터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업계에 적지 않다. 3차 매각 시도가 7월19일 본입찰 단계에서 유찰되고 7월31일 재입찰 공고가 바로 나왔기 때문이다. 재입찰 접수는 8월8일 마감됐다.

잠재 인수 후보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만큼 예보가 수의계약으로 전환을 위해 재입찰 공고를 서둘러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메리츠화재가 실사도 진행하지 않고 갑작스레 등판하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 없이 임의로 적당한 상대방을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앞서 8월 진행된 MG손보 3차 매각 공고에 대한 재입찰까지 어그러지면서 예보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자나 낙찰자가 없거나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재공고 입찰에 부쳐진 경우 입찰자 또는 낙찰자가 나오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MG손보 매각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다. 예보와 삼정KPMG는 MG손보 잠재 인수 후보들에 이달 24일까지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 제안서를 받는다는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3차 공고 재입찰에 참여했던 기업에도 안내문을 발송했다는 점이다.

앞서 진행된 3차 공고 재입찰에 메리츠화재,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등 모두 3곳이 참여했음에도 예보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눈에 차는 후보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만큼 예보의 행보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다만 뒤늦게 인수 의향을 밝혔던 메리츠화재의 경우 MG손보 인수 의지가 여전하다면 수의계약 전환으로 협상의 기회가 생긴 게 반가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보는 수의계약 대상자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공적자금 지원 규모를 우선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메리츠화재는 탄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어 유리하다.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위한 3차 공고를 내면서 이전과 달리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고, 자금지원 한도 역시 사전에 정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해도 자금지원 한도 등 기준은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3차 공고 재입찰의 경우 메리츠화재는 실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해 크게 불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재입찰은 본입찰 단계로 진행돼 인수 후보들은 가격, 희망 지원 금액 등을 적어냈는데 메리츠화재는 부족한 정보 탓에 답변이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메리츠화재에 이점이 많다 보니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로 매각이 유력하다고 보고 아예 수의계약에서 메리츠화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절차 사항을 앞세워서 보이지 않는 힘을 작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