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청사진을 가다듬으며 주주환원 의지를 굳히고 있다. 배당금 확대와 더불어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말해주는 TSR(총 주주수익률)을 새로운 밸류업 지표로 삼으며 그룹 맏형인 현대차의 뒤를 따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시하고 주주환원 제고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해당 공시는 지난 6월 개최된 CEO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에서 나온 밸류업 계획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배당확대, 실적 성장, 자본효율성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먼저 배당 부분을 보면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3개년(2025년~2027년) 배당성향 목표치로 25%+α(알파)를 제시했다. 기존에도 배당성향을 최소 25%에 맞춘다는 계획이었지만, 플러스 알파에 방점이 찍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시에서는 배당성향이 꼭 25%에 고정된 게 아님을 강조하며 순이익 대비 배당금 규모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를 토대로 보면 2년 뒤 현대글로비스의 주주들에게는 1주당 최소 4900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의 2025년 순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치)인 1조4698억원에 최소 배당성향 25%를 대입하면 배당금 총액은 3674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를 현대글로비스 총 발행주식수인 7500만주로 나누면 DPS(주당배당금)는 49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25년 최소 DPS 예상값인 4900원은 2023년 대비 22.2% 가량 감소한 금액이다. 언뜻 보기에 현대글로비스의 배당 정책이 되레 축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배당성향과 달리 DPS가 감소하게 되는 것은 무상증자로 인해 현대글로비스의 발행주식수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다. 지난 6월 현대글로비스가 1대 1 비율로 무상증자를 실시하게 되면서 발행주식수는 3750만주에서 7500만주로 증가했다. 보유주식이 2배가 된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는 사실상 9800원의 DPS가 지급되는 셈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현대글로비스의 DPS는 2년 뒤 최소 55.5% 증가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는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본효율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도 거듭했다. 향후 6년(2024년~2030년)간 평균 15%+α의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컨센서스대로 2025년 1조469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다고 가정한다면 당해 자본총계가 최소 9조7986억원은 돼야 ROE가 15%에 도달한다. 2년 뒤 이익잉여금을 2조원 이상 불려야 하는데, 현대글로비스가 과거 4년(2020년~2023년) 간 연평균 8500억원의 잉여금을 쌓아 온데다가 실적에 가속이 붙은 만큼 달성 가능한 수치라는 평가다.
이외에도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공시에서 신규 밸류업 지표로 TSR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TSR은 주주가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총 이익(배당·주가)을 시가총액 대비 비율로 환산한 값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실질적인 투자 성과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TSR을 꺼내든 것은 맏형격인 현대차를 뒤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열린 CEO인베스터데이에서 TSR 개념을 도입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TSR 3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다만 현대차와 달리 현대글로비스는 TSR 도입 계획만 밝혔을 뿐 목표치를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실적 성장과 배당 확대, ROE 상승이라는 3가지 요인에 기반해 회사와 주주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며 "이외에도 밸류업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점찍은 TSR을 높이는 데도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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