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HPSP와 특허권 소송에서 패소한 예스티가 즉각 재청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간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펼쳤던 '심플전략'을 접고, 보다 청구내용을 구체화하는 전략을 취하면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예스티'는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통해 "청구내용을 구체화해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재청구하겠다"며 "특허무효심판에 대해서도 특허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반도체 전공정 장비사 예스티가 HPSP를 상대로 청구한 고압어닐링 장비의 잠금장치 관련 특허무효심판 1건과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 3건에 대한 심리 결과를 전날 발표했다. 특허심판원은 특허무효심판 1건에 대해 HPSP의 승소 결론을 내렸고, 3건의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해서는 모두 각하 판정했다.
고압어닐링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가열한 후 냉각하는 장비로,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HPSP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독점적으로 장비를 공급했다.
예스티는 이러한 독점 구도를 깨고자 어닐링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장비 개발을 마치고 2022년부터는 국내 주요 메모리기업과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에 HPSP는 지난해 9월 예스티의 장비가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예스티는 HPSP의 특허권에 대해 무효심판과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로 맞받았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란 청구인이 특허권자에게 자신의 발명이 특허권의 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구하는 심판이다. 서로 다른 특허기술이라는 것은 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심판에서는 예스티의 패소로 결론났다. 예스티는 "3건의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이 각하된 것은 결과적으로 기술 유출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했던 전략의 실패"라며 "다만 특허심판원의 각하는 예스티의 청구내용이 HPSP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할 만큼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하의 사유가 청구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므로 예스티는 기술 노출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청구내용을 구체화해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예스티에 따르면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한 3가지 기술은 이미 특허를 출원했다. 이 중 1건은 특허 등록됐고 2건은 특허 심사 중에 있다. 예스티는 이와 관련한 양사의 기술구조 자체가 달라 특별한 쟁점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구내용의 구체성 여부만이 주요 쟁점이었던 만큼 구체성을 보강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예스티는 1건의 특허무효심판과 관련해 "HPSP는 기존 특허를 한정하는 특허정정을 실시하였고, 예스티는 특허정정으로 1차 목표를 달성했다"며 "예스티는 이에 더해 특허 자체의 무효를 다투었으나 기각됐고, 향후 특허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스티는 다음 주인 11월 초 항소 및 재청구를 곧바로 진행할 방침이다. 예스티 관계자는 "그간 기술 노출을 최소화하는 심플전략이었지만 구체성을 보완해 기술구조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스티는 향후 특허심판원의 판결을 받는데 5~6개월의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스티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테스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승소 이후 양산테스트를 위한 장비반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시장 진입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