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판매량 탑(Top) 3'를 다투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기술 동맹'을 결성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양사가 공동 개최하고 각사 수장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모터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상호 협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현대차·도요타 연합, 공동 주최 레이싱 행사 수소차 전시 '주목'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행사는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현대 N'과 도요타 모터스포츠 사업부문 '도요타 가주 레이싱'이 양사의 기술력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달 8일 행사 티켓 예매를 개시하자마자 3000석이 전부 매진되는 등 행사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레이싱 페스티벌은 양사의 협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 받는다. 행사 기간 현대차는 현대 N 전시 부스를 열고 'N 비전 74'을 선보일 예정이다. N 비전 74는 현대차가 1974년 출시한 포니 쿠페 디자인을 재해석해 개발한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도요타는 수소 콘셉트카 'AE86 H2 콘셉트'를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현대차·도요타의 협업 분야로는 수소 모빌리티와 함께 로보틱스가 주요하게 거론된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양사가 선두주자로서 1·2위를 치열하게 다투는 동시에 대중화에 뜻을 모아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각각 수소차 '넥쏘'와 '미라이'를 앞세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실제 수소차 시장은 아직 개화 초기 단계인 만큼 규모 자체가 미미한 데다 마이너스 성장 흐름을 나타내는 등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글로벌 수소차 총 판매량은 1만44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1위는 현대차(5012대), 2위는 도요타(3839대)가 차지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현대차그룹 미국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도요타리서치연구소(TRI)가 인공지능(AI) 기반 범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협력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양사는 이달 16일 공동 성명문을 내고 향후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 2족 보행 로봇에 TRI의 '대형 행동 모델(LBM)' 인공지능(AI)을 탑재하겠다는 게 골자다.
◆ 현대차그룹, GM 이어 도요타로 연합전선 확대…"수소차 공동 개발 기대"
이번 행사가 양사 수장이 마주하는 공식석상이 된 만큼 상호 협력 방향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만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3월에는 정 회장이 아키오 회장의 초청을 받아 일본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비공식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외에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제네시스하우스에서 메리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손을 내민 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순위싸움을 벌여야 하는 경쟁 상대라는 점에 주목한다. 2023 회계연도 기준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는 총 1030만7395대를 판매해 1위를 수성했다. 현대차그룹(730만2451대)은 3위로 도요타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정 회장이 '적과의 동침' 감행하는 배경에는 생산 효율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 부어야하는 신기술 확보에 공동으로 나서 비용은 줄이고 기술 개발 속도는 높여 관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1위 자동차 그룹인 도요타와 3위 현대차그룹 간 협업이 이뤄질 경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현대차가 최근 수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해당 분야에 강점이 있는 도요타와 수소차를 공동 개발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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