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세컨더리 펀드 운용에 강점을 지닌 신한벤처투자가 최근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구주를 대량 매입했다. 무신사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늦춰지고 있으나 가파른 성장세에 기관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벤처투자는 지난달 말 스톤브릿지벤처스의 무신사 구주를 매수했다. 매입 대상은 '2015 KIF-스톤브릿지 IT전문투자조합(600억원 규모, 이하 2015KIF조합)'이 보유한 무신사 지분 전량으로 규모는 120억원에 달한다. 이번 거래에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3조원으로 평가받았다.
무신사는 2012년 6월 설립 이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해마다 키워왔다. 2019년 11월 추진한 시리즈A 투자유치에서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 받으며 2조2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세쿼이아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한 2021년 3월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라운드에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7월 시리즈C 투자라운드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웰링턴매니지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400억원을 출자 받으며 3조5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지난 5월 결성한 '신한 Market-Frontier 투자조합 3호(1000억원 규모, 마켓프론티어3호)'를 활용해 이번 구주 인수를 단행했다. 마켓프론티어3호는 회사가 지난해 7월 '한국모태펀드 2023년 2차 정시 출자사업(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중진계정 일반 세컨더리 대형 분야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조성한 펀드다. 신한벤처투자의 무신사 구주 투자는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신한벤처투자가 적지 않은 구주 물량을 사들인 배경에는 무신사의 IPO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영향이 크다. 회사 관계자는 "무신사는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으면서도 성장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면서 "최근에는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신사가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내년에서 내후년으로 연기했으나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투자받았기 때문에 IPO 계획을 계속해서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마켓프론티어3호는 올해 만든 펀드인 만큼 무신사의 IPO 추진까지 기다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2015KIF조합의 무신사 구주 매각을 통해 스톤브릿지벤처스는 기존 투자원금 대비 6~7배 수준의 멀티플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2016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약 70억원을 투입한 '스타일쉐어(의류 플랫폼)'가 2021년 5월 무신사에 매각되면서 해당 포트폴리오의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스타일쉐어 투자금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고 나머지는 무신사 주식으로 교환했다.
이번 매각은 2015KIF조합의 만기 도래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회사는 지난 4월 5일이던 2015KIF조합의 만기일을 내년 4월로 한 차례 연장했다. 무신사를 포함해 ▲리브스메드(의료기기 제조업체) ▲아이디어스(핸드메이드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등 주요 포트폴리오의 회수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무신사 구주 매각은 회사가 펀드 청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톤브릿지벤처스 관계자는 "회사는 지금까지 2015KIF조합과 스톤브릿지한국형유니콘투자조합(1050억원 규모, 이하 한국형유니콘펀드)을 통해 무신사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2015KIF조합의 만기가 다가와 지분을 정리하지만 한국형유니콘펀드는 펀드 만기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무신사의 IPO까지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9931억원으로 전년(7085억원) 대비 40.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3억원에서 마이너스(-) 8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562억원에서 116억원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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