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그리스로마신화에는 영원히 욕망에 시달리는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바로 탄탈로스의 이야기다. 초기 탄탈로스는 신들에게 총애를 받은 인물로 묘사된다. 인간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던 올림포스에도 초대되는 특권까지 부여받았을 정도다.
탄탈로스 이야기의 결말은 '타르타로스'라는 지옥에 갇히는 내용으로 끝난다. 탄탈로스가 갇힌 타르타로스는 머리 위로는 잘익은 열매가 열린 나무가 있는 웅덩이다. 이곳에서 탄탈로스는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이면 물이 마르고 열매를 먹으려고 손을 뻗으면 나무가 멀어지는 형벌을 받는다.
배가 고파도, 목이 말라도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없는 탄탈로스의 저주는 비단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집 마련을 꿈꾸는 많은 실수요자에게 본인 명의의 아파트 한 채는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집을 사기도, 분양받기도 어려운 부동산 시장에 내던져진 실수요자들은 마치 저주에 빠진 탄탈로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쩌다 내집 마련이 그림의 떡이 됐을까. 이는 부동산 호황기 집값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많은 수요가 유입됐다. 이에 집값은 천정부지 치솟았고 과거 부자 세금으로 불리던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이되는 9억원은 더이상 강남권에 자리한 일부 아파트의 얘기가 아니다.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데에는 집값 상승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에 수요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권 시절 부동산 정책은 수십개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세법 개정부터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등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책은 다양하지만, 일관성은 없다.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수요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집값 상승세도 잡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윤 정부는 그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를 시작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에 집중했다. 대출규제도 대폭 완화해 생애최초 대출·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결과 고금리 기조에 주춤하던 집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고점 대비 95% 가까이 회복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집값이 오름세로 전환하자 정부는 스탠스를 대출규제로 선회했다. 그동안 대출규제를 풀어 내집 마련 문턱 낮추기에 집중했지만, 다시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신들의 총애를 받던 탄탈로스는 신들을 시험하려 하는 등 오만한 행동을 일삼다가 타르타로스에 갇혀 탄탈로스의 저주라는 형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들은 다르다.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국민을 저주에 밀어넣어서는 곤란하다. 내집 마련이 탄탈로스 저주에 빠진 듯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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