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독자경영을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이 독자경영에 나설 경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29일 그간 지주사에 위임해 왔던 인사부문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사내 인사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인사조직을 시작으로 독자경영에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갖춘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추진은 한미약품그룹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하 3자 연합)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의 첫 시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올 초부터 시작된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주주와 임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 이후 다소 위축됐던 한미의 신약 연구개발(R&D) 기조를 복원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를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추진 배경은 3자 연합과 고 임성기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의 갈등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임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요건도 갖추지 아니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서를 보냈다고 갑자기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동국 등 주주들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 방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또 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전제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자금 조달 및 투자 유치를 방해하려는 행위"라며 "경영상 필요에 의한 자금 조달을 계속해 방해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배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 독자경영이 한미사이언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가 그간 한미약품 등 계열사들의 인사 및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 지주 사업부문은 작년 ▲기술수출(245억원) ▲임대(27억원) ▲수수료(118억원) ▲특허권(107억원) ▲상표권(33억원) ▲배당금(140억원) 등 663억원 상당의 실적을 냈다. 계열사별로는 한미약품과 특허 및 상표권 등의 명목으로 502억원,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와 기술수출료 등으로 190억원, 온라인팜과는 배당금 등의 내용으로 195억원 규모의 거래(매출+매입)를 진행했다.
올 상반기 거래규모도 한미약품 242억원,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109억원, 온라인팜 166억원에 달한다. 만약 한미약품을 비롯 나머지 계열회사들이 본격 독자경영을 시행할 경우 한미사이언스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독자경영을 해도 한미사이언스의 지배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41.4%(530만6121주)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대신 3자 연합이 우호지분을 합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절반 가까이를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추진이 두 회사의 장기적인 관계 단절보다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영향력 축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에서 한미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한미약품의 독자경영 추진은 더 이상 임종윤‧임종훈 체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향후 형제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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