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다. 올 1월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으로 시작된 갈등이 정기주주총회 이후 봉합되는 양상을 보이더니 송영숙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대표 해임과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 및 인사권 문제로 양 측의 주도권 싸움이 다시 격앙되는 모양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약품그룹 모녀(이하 최대주주 3인)는 이달 4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이하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임시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형제 측으로부터 주도권을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대주주 3인은 "상법에 따라 정당하게 요구한 임시 주총에 대해 한미사이언스가 현재까지 소집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기다림이 무의미하다고 판단,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들은 임시 주총을 통해 한미사이언스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의 한미약품 대표 선임을 부결시킨데 이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물러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는 임종윤 이사의 단독 대표 선임 안건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교체 및 동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사회 직후 임 이사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소집해 이사진을 교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녀와 형제 측 모두 그룹 장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임시 주총을 통한 실력 행사에 돌입한 모습이다.
계속되는 집안싸움으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개인 주주들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두 회사 모두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올 7월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시장의 지적이다. 긍정적인 실적에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는 그간 주춤했던 제약바이오 섹터에 다시 힘이 실린 시기였다. 1월12일 2657.73였던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이달 4일 3432.3로 29.1%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주가는 35만3000원에서 29만3500원으로 16.9% 하락했다. 한미사이언스 역시 3만84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19.3% 주저앉았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기대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던 1월16일 종가(5만6200원)와 비교했을 때는 44.8%나 급락했다.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기대감과 호실적 모두 한미약품그룹 주주들을 비켜간 셈이다.
형제 측과 최대주주 3인 모두 임시 주총 개최를 예고함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다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임시 주총 이후 이뤄질 법적 다툼까지 고려하면 그룹 안팎의 시끄러운 잡음은 한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오너 경영체제를 이어가든 전문경영인을 통한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하든 내 주머니의 실리가 가장 중요하다. 3월 경영권 분쟁 당시 양측 모두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공언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갈등 노출로 주주들의 실망과 허탈감만 늘어갈 뿐이다. 이제는 그 때의 약속을 되새기며 어느 한 쪽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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