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국을 넘어 중국으로 확전되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사업적 기반이 위협을 받고 있다. 임 이사가 한미약품 장악에 실패함에 따라 북경한미약품(북경한미)의 제품 유통을 담당하는 그의 개인회사도 향후 주요거래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된 까닭이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임 이사가 보유한 '코리그룹'에 적잖은 타격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임종윤 이사의 단독 대표 선임 안건과 북경한미약품(북경한미) 동사장 교체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나흘 뒤 개최된 북경한미 동사회(이사회)에서는 직전 동사장(이사회 의장)이었던 송영숙 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새로 선임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동사장 등기절차 제반사항을 우선 해결하는 방향으로 결론지었다. 

앞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올 7월10일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달 17일 한미약품은 박재현 대표를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에 선임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대표로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신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사실상 이를 저지한 셈이다.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으로의 복귀 시도에 적극적인 이유는 그룹의 실질적인 사업영역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클 뿐더러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간의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경한미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의 유통은 북경룬메이캉(룬메이캉, 영문 베이징메디케어)이 담당하고 있다. 룬메이캉의 모회사는 '오브맘홍콩'이며 코리그룹 지주사인 코리홍콩와 임종윤 이사가 오브맘홍콩의 지분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미약품은 룬메이캉을 기타특수관계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작년 한미약품은 룬메이캉과 거래에서 180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 상반기에도 이미 1037억원에 달하는 거래를 마쳤다. 룬메이캉의 매출 상당수가 한미약품과 연관된 실적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임종윤 이사가 올해 초 경영권 분쟁에 승리했음에도 한미약품과 북경한미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신동국 회장을 비롯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연합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향후 룬메이캉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올 7월 박재현 대표는 북경한미와 코리그룹 간 일감 몰아주기와 불투명한 계약 등의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임종윤 이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북경한미가 룬메이캉과 거래 중단할 경우 코리그룹이 적잖은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북경한미와 룬메이캉 거래 지속 여부는 임종윤 이사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임 이사가 신동국 회장 및 한미 모녀와 손잡는다면 계속 이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도 "연간 코리 매출(약 5000억원)을 고려했을 때 북경한미와 거래가 끊길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한미약품도 일부 손해를 봐야 한다. 한미약품이 어디까지 감내할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룬메이캉과의 거래 중단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하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