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상장 보험사들이 상반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기업설명회(IR) 준비에 분주하다. 실적발표 자료를 다듬고 예상 질문을 정리한다. 메리츠화재를 계열사로 둔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1분기부터 '열린 기업설명회(IR)'를 시행하고 있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받은 일반 주주의 질문도 들여다보고 있다.

익숙한 풍경 같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점이 달라졌다. 일단 상반기 IR을 준비하는 보험사 수가 늘었다. 1년에 한 번 연간 실적발표와 함께 기업설명회를 여는 게 보통이었던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등도 올해는 상반기 IR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경우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 해마다 두 번씩 IR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3분기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실적 관련해 설명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해 별도로 분기 IR을 열기도 했다. 벌써 10년 넘게 분기마다 IR을 열고 있는 삼성화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뀐 구석이 있다. 바로 IR에 쓰이는 실적발표 자료다.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에 처음으로 경영성과, 전략방향 외에 주주환원 정책 등 내용을 포함한 중장기 자본정책(검토안)을 실적발표 자료에 실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분기에 이어 상반기에도 일반 주주들이 참여하는 '열린 기업설명회(IR)'를 계획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IR은 일반 주주의 질문을 받아 지주 대표이사, 계열사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직접 설명한다는 점이 다르다. 금융권 통틀어 부회장, 계열사 사장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행사이기도 하다.

불과 1년 사이 나타난 몇 가지 변화만으로 단정 짓기에는 다소 섣부른 측면도 있지만 IR 활동에 대한 보험사의 태도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당장 IR 횟수를 늘리는 것만 놓고 봐도 그렇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험사에도 IR은 다소 부담스러운 행사다. IR의 '꽃'은 아무래도 실적발표 뒤 질의응답 시간인데 여기서는 기업에 민감할 수 있는 뾰족한 질문도 거침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답을 잘 못했을 때는 쓴소리가 돌아올 수도 있다. 언론도 IR 대상에 포함하는 보험사의 경우 민감한 내용이 바로 기사로 나와 삽시간에 퍼질 때도 있다. IR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런 상황에 놓일 부담도 커진다.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보험사 IR은 이전과 비교해 분명 잦아지고 있다. 대부분 보험사는 투자기관 외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한다.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은 이에 더해 언론에도 IR을 공개하고 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보험사의 IR 활동과 태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의 이유보다 중요한 대목은 변화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일반 주주는 직접 IR에 참석하기 어렵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기업 정보에 접근하기가 수월해졌다. 분기마다 실적발표 자료가 나오고 공시를 통해서도 중요한 경영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장의 궁금증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물론 금융지주 IR 등과 비교해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메리츠금융지주를 포함하면 국내 상장 보험사는 모두 12곳인데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IR을 진행하는 곳은 상장 보험사의 절반 정도다. 변화의 시작점이 될지 일회성에 그칠지도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테다. 상장 보험사의 상반기 IR은 9일 한화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줄줄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