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한국산 화장품, K뷰티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48억2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연내 화장품 수출액 100억달러 돌파도 가시화된다.
K뷰티의 인기 비결은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있다. 특히 한국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소셜미디어에서 등장하는 한국식 화장법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선보이는 가성비를 갖추면서도 개성 넘치는 제품 덕에 오늘날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K뷰티 성지'로 거듭났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화장품 OEM·ODM 업체들의 역할도 컸다. 이들은 화장품 R&D(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 제조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국내 화장품 산업의 상향평준화를 이끌었다. 특히 인디 화장품 업체들의 품질 향상에 기여했고 수주도 큰 폭으로 늘리며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예약해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K뷰티의 전성시대가 영원할 것인가라는 점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수출액 92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랭크된 2021년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021년 '설화수', '후' 등 럭셔리 브랜드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로 이들의 중저가 제품은 로컬브랜드에 밀리고 럭셔리 브랜드 제품은 일본 시세이도, 유럽 로레알 등 글로벌 업체에 쳐지며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향(12억1000만달러)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줄어들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행에 민감한 색조 화장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기초 화장품, 더 나아가 '코스메티컬(Cosmeceutical, 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프리미엄급 제품 경쟁력 확보가 K뷰티의 인기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 과정에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화장품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를 막기 위해 '광고 실증제'를 도입하고 이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달 초에는 '피부나이'를 언급하는 화장품 광고를 금지하면서 '피부노화지수'를 사용하고 관련 실증 대상 및 방법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광고 실증제가 국내 화장품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당 법안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으로 미백·주름개선·자외선 차단·탈모 증상 완화 등 극히 일부 표현만을 적시할 수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일본과 유럽의 프리미엄급 제품들은 한국의 기능성 화장품에 비해 효능과 효과가 훨씬 더 우수하다고 표시한다"며 "한국 화장품 제조사들의 기술력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광고실증제 때문에 제대로된 효능과 효과를 표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미 외국에서는 자국 제품 보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많이 풀어준다"며 "수출 제품에 대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주면 국내 화장품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K뷰티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 했다. 다만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더불어 화장품 업체들의 R&D 역량을 지원해줄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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