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아직 저희는 인적·물적 분할만 공시했고, 구체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하겠다며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주성엔지니어링 IR 담당자)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한 주성엔지니어링이 소액주주들의 반박과 2세 승계 본격화라는 시각에 부담을 느끼면서 지주사 전환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주주들에게 전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장비주들이 반도체 업턴에 맞춰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상방이 막히면서 주춤하고 있자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이같은 대응에 나선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 이후 분할 전 법인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권의 가격이 3만5035원으로 결정되면서 해당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오스템임플란트 매각으로 2740억원의 현금을 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전 회장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10%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의 백기사가 될지, 걸림돌이 될지도 관전포인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규옥 전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9.89%를 보유하고 있다. 최규옥 전 회장이 직접 8.11%를 매수했고, 지분 100%를 소유한 네오브레인을 통해 1.78%를 추가 취득한 결과다. 최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최정민씨와 최인국씨는 각각 0.21%씩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난해 11월 장내매도로 주식을 다 처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업 분할이 지분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주성엔지니어링 측에서는 "분할 계획서상 분할이 이뤄질 경우 지주사 전환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 아직 인적, 물적 분할만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와 태양광·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분리한다고 공시했다.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은 반도체 장비 개발과 제조·판매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할 예정이다.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해 설립되는 비상장기업 주성에스디(가칭)는 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장비를 연구개발하고, 제조·판매하는 기업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 주성엔지니어링은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 등을 맡는 주성홀딩스(가칭)가 된다.
현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지분 24.63%를 보유하고 있고, 외아들이자 승계 대상자인 황은석 씨는 2.17%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총 28.96%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30%의 지분에 미치지 못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 전 회장이 지분을 늘리면서 위기를 느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분할 신설회사(주성엔지니어링)의 주주 중 공개매수에 참여한 주주로부터 해당 주식을 현물출자 받은 후 분할 존속회사(주성홀딩스)의 신주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새로 설립되는 반도체 법인의 주식을 보유한 오너일가가 모두 공개매수에 응모해 지주사의 주식을 받을 경우 손쉽게 오너가의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 예컨대 황은석 씨가 보유한 2.17%의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으로 주성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주성엔지니어링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 2.03%는 분할 후 지주사인 주성홀딩스에 그대로 승계된다. 자사주라 기존에 없었던 의결권까지 부활한다.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불리는 효과다. 지주사로 전환하게되면 공정거래법상 존속회사이자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성홀딩스는 2년 내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상장사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된다. 2년 내에 이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당 상장사의 주식을 전량 매각해야한다.
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총 28.94%에 자사주 2.03%를 합하면 이미 30% 이상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공개매수의 조건이 좋을 가능성이 낮고 공개매수 역시 '보여주기 식'으로 그칠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오너일가는 주성홀딩스 지분을 50% 이상 크게 늘리고 주성홀딩스를 통해 주성엔지니어링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디스플레이·태양광 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드는 주성에스디를 매각해 현금을 늘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여기에 주성엔지니어링 판교빌딩을 주성홀딩스에 남겨 임대수익을 통한 현금 확보로 승계자금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
다만 변수는 최규옥 전 회장의 움직임이다. 최 전 회장은 과거 황철주 회장과 함께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만큼 평소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을 늘리면서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며 "특별 관계자 전원은 주식 수와 관계없이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이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영권을 노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주성엔지니어링 입장에서도 아직 황은석씨가 나이가 어린 만큼 빠르게 당장 지주사 전환에 나서지 않아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또 지주사 전환으로 인해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눌릴 것이라는 인식도 생기면서 기존 주주들 역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 측에서도 아직 지주사 전환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주주들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최 전 회장과 황 회장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갔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행동주의 펀드 등이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들어와 최 전 회장과 손을 잡는다면 주성엔지니어링 입장에서는 경영권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된다. 최 전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매입에 1000억원을 동원했다. 이에 아직 오스템임플란트 매각 대금 2740억 중 1700억 가량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주성엔지니어링 경영권 인수로 새로운 부활을 꿈꿀 가능성도 여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최 전 회장은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을 받아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을 넘긴 바 있고, 과거에도 주식담보대출과 상장사 주식을 대거 취득하는 등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이 빠삭하다"면서 "최 전 회장이 바이오 사업 이외에 반도체 장비 쪽은 단순 투자일 가능성도 있지만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은 하다"고 전했다.
주성엔지니어링 IR담당자는 "저희 측에서도 최 전 회장이 개인 주주 중 한 분이라 우호 지분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최 전 회장이 단순 투자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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