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성경 욥기의 이 문구는 종교를 불문하고 첫 출발하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로 많이 활용된다. 신장개업한 식당에 저 구절이 액자로 걸린 모습을 누구나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저 말은 나중에 잘 될 것이란 희망의 의미도 있지만, 누구나 첫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시작 시점의 조촐한 모습에 주눅 들지 말고 힘차게 나아가라는 응원인 것이다.
은행권에도 최근 새로운 시작을 알린 곳이 있다.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대구은행이 주인공이다. 새로운 이름은 'iM뱅크'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시중은행 대비 규모와 자본 등에서 체급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결정을 내린 후 은행산업 전반의 경쟁 촉진은 물론 소비자 금융접근성 제고 및 중신용 중소기업 여신공급 확대 등 소비자후생 증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로는 금융당국이 의도한 은행권 경쟁촉진 효과가 미약할 것이란 지적이 상당하다.
자본 규모가 작고, 지점 등 은행 규모가 훨씬 작은 것은 사실이다. 32년간 지방은행으로 영업해 온 대구은행이 하루아침만에 전국 단위 시중은행과 비슷한 덩치로 레벨업 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겨우 '지방'을 떼고 '시중'을 붙인 은행의 현실이 어떠할지 알면서도 날 선 시선만 던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물론 시중은행 전환 인가 전에는 효용성 측면에서 한계점과 개선 보완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가가 결정된 지금에선 지적보다 응원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단숨에 지점을 수백개 늘리고, 인력을 수천명 늘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본 규모와 재무건전성을 고려한 단계적 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닐 테다.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지 말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발생하는 선효과에 주목해 보자. 우선 전국단위 영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인력 증원은 필수다. 대구은행은 지점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기로 하고 대구·경북 중심으로 운영해 왔던 지점을 향후 강원도와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등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도 단위로 거점 점포를 개설하고 1인 지점장과 기업금융 영업 전문가(PRM)를 배치할 계획으로, 대규모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상황에서 각 지역 금융소비자들로서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대구은행은 기존 시중은행에서 소외됐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여신을 제공하고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양한 소비자 친화적 금융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대구은행 자체적으로도 재무건전성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게 되면서 대구‧경북 지역에 치중됐던 포트폴리오가 전국으로 다변화될 수 있다. 대구은행이 그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항상 시장 관계자들에게 지역 부동산 경기와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구지역 부동산경기 악화 영향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희석시킬 수 있게 된다. 시중은행으로 도약은 대구은행에, 지주회사인 DGB금융에, DGB금융의 투자자들에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시중은행 전환 결정만으로도 발생하는 긍정적인 요인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규모의 성장을 거둘 것이다. 결국 어엿한 시중은행으로서 기존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은행이라는 업 자체가 고객의 예금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항상 동반돼야 해 성장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만큼 기반을 갖추는 데까지 걸리는 시기도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노적성해, 露積成海), 흙이 쌓이면 산이 되는(토적성산, 土積成山) 법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의 동양 버전이다. 대구은행 역시 시작은 미약할 수 있으나 꾸준한 성장을 통해 7번째 시중은행으로서 우리나라 금융권의 거목이 될 것이라 믿어 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