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한화오션이 지난달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이사회 결과를 통보했다. 지난 5월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한화그룹에서 받았지만, 3개월 만에 실탄을 대부분 써버린 탓이다. 실제 한화가 인수할 당시 추가 지원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한화에서 2조원을 받자마자 한화오션은 차입금 상환에 절반을 썼다. 여기에 당장 내년에만 약 85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영업손실을 입고 있어 경영 정상화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현금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수출입은행 한도성대출 9200억+유산스 1293억 상환
한화오션은 지난 5월 한화그룹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대가로 2조원을 받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회사는 2조원 가운데 1조577억원은 채무상환으로, 200억원은 한화오션에코텍 출자에 각각 사용했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5일 정정한 증권신고서에 담겼다.
기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유상증자 조달 자금 사용처에 대해 '회사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썼다고 돼 있다. 회사는 보름만에 이를 바로 잡았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국내외 경쟁당국에서 반드시 기업결합을 허락받아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뒤로 밀리면서 어렵게 인수를 완료했다. 심사가 늦어지는 동안 한화오션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수출입은행에서 한도성 대출로 9200억원을 차입한 뒤 지난 5월 들어온 증자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했다.
또 1293억원 규모의 기한부 어음(유산스)을 조기 상환했다. 한화오션이 사용한 유산스는 많게는 연 6%의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비용을 아끼기 위해 서둘러 상환한 것이다.
◆기술력 확보·M&A 내년부터 숨차게 투자
종전 보유 현금에 잔여 증자 납입금을 더해 현재 한화오션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9644억원이다. 이 중 약 3000억원은 주주손해배상 소송 등 법원 공탁금, 부채 등으로 담보가 잡혀 있어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를 제외하면 사용 가능한 현금은 약 1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경영진은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에 너무 많은 자금을 소요한 탓이다. 실제 한화오션은 함정 건조 시설과 친환경 연료 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글로벌 방산 사업과 해상풍력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예산을 집행할 예정인데, 내년에만 8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울산급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내년 총 사업규모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든다. 이에 앞서 함정 건조 전문 시설 신축에 2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차세대 연료 시스템 자동화 공장도 짓는다. 내년 총 투자비 가운데 1750억원을 우선 투입한다.
세계적인 함정 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내년 해외 조선소에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해상풍력설치선(WTIV) 개발 외에 해상풍력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하기 위해 내년에 490억원도 사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차세대 함정과 스마트십, 스마트야드 분야 신기술 개발을 위해 내년 13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한화오션이 이번에 유증을 다시 실시하는 것은 수익성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주요인이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영업손실액을 작년 5770억원에서 올해 2369억원으로 줄였으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7635억원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올해 영업손실액도 1312억원으로 집계돼 본격적인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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