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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거친 시흥R&D 캠퍼스, 심장부로 우뚝
김수정 기자
2023.09.18 14:26:14
한화오션 6000억 투자, 디지털·함정 R&D 역량 결집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8일 14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회사가 경영난으로 힘들 때 과감한 투자 결단으로 어렵게 문을 열었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원장은 지난 2018년 시흥R&D캠퍼스 개소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한화오션은 마곡산업단지 내에 R&D 연구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부지 매입비만 2000억원이며, 총 6000억원 이상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였다. 투자를 결정한 2013년만 해도 한 해 매출 14조원으로, 최정상을 누릴 때라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호황기는 오래가지 못하고 201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산업은행 체제 아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시흥R&D캠퍼스는 마곡산업단지 R&D 시설 투자가 무산되면서 '플랜B'를 가동한 결과물이다. 당시 서울대학교가 시흥 캠퍼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해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었지만, 현재는 회사의 R&D를 책임지는 심장부로 통한다. 

음향수조.(제공=한화오션)

◆"괜히 잠수함 1등 아냐"…소음 잡아내는 '음향수조'


"어떻게 하면 조용한 배를 만들 수 있는지 그 목적으로 이 수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우리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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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에는 조선 업계 유일의 음향수조가 자리하고 있다. 잠수함을 주력으로 만드는 한화오션은 반드시 음향수조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지난 2018년 시흥R&D캠퍼스를 구축한 이듬해 수조 설계에 돌입했다. 


수조 앞에 서자 수영장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고, 25m 길이의 실내 수영장을 연상케 하는 수조가 펼쳐졌다. 수조 안에는 3000톤 이상의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 물을 넣고 빼는 시간만 3~4일 소요된다고 했다. 수조 중앙에는 선체를 작게 만들어 놓은 모형이 둥둥 떠있었다. 


보기에는 특별한 것 없는 수영장처럼 보이지만, 함정의 필수 조건인 수중방사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검증하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기자가 연구소를 방문한 날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공기방울로 함정의 소음을 줄이는 '마스커 에어 시스템' 기술을 시연했다. 스피커를 통해 귀를 틀어막고 싶을 만큼 시끄러운 함정 엔진 소음이 들렸고, 곧이어 선체 모형 주변을 둘러싼 공기방울로 인해 또 다른 소음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엔진 소음이 약간 줄었다. 수중에서는 소음이 훨씬 적게 들린다. 


일종의 '에어커튼'이라고 부르는데, 선체에 공기방울을 분사해 수중 방사 소음을 줄이는 이 기술을 독자적 성능 검증이 가능하도록 체계화했다. 


잠수함이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이용하는 음파는 잠수함의 눈과 같다. 음파의 주파수 대역은 음향수조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다루기 어려운 저주파 대역이다. 한화오션은 음향수조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저주파수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파라메트릭 어레이 시스템'도 개발했다.


음향수조를 담당하는 함정성능연구팀 관계자는 "현재 음향수조 실험은 함정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있지만, 선박 사업에도 확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수조에서 공동현상을 시험하고 있다.(제공=한화오션)

◆조립에만 4개월…캐비테이션 현상 계측 초대형 '공동수조'


시흥R&D캠퍼스에는 바닷속 소음을 줄이는 동시에 추진력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는 공동수조가 설치돼 있다. 음향수조가 수영장 같다면, 공동수조는 미음(ㅁ)자 모양의 커다란 원형 터널을 닮았다. 공동수조의 높이는 62m로 4층 건물과 같은 높이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공동수조는 상업용으로 쓰이는 것 중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블록을 외부에서 만들어와 R&D캠퍼스에서 조립하는데만 4개월 소요됐다는 게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아파트 4층 정도의 높이까지 오르자 정사각형의 시험부와 최대 4.5MW까지 출력가능한 커다란 모터가 한눈에 담겼다. 수조에는 총 3600톤의 물이 담겼는데, 모터를 돌려 물을 순환시켜 최대 15m/s까지 유속을 형성하는 구조다. 


함정은 선미에 달린 프로펠러를 통해 추진력을 얻는다. 프로펠러가 수중에서 수십 번 회전하면서 기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캐비테이션(공동) 현상이라 칭한다. 작은 기포가 터지면서 프로펠러의 블레이드에 손상을 주게 된다. 이 공동 현상은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적게 만드는 게 공동수조 실험의 목적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공동 수조 안에서 비슷한 환경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어느 정도의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는지 사전 계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연구소에서 직접 만든 프로펠러 모형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유속에 의해 회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프로펠러가 작동되는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 회전 속도에 따라 기포가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자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캐비테이션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함정은 캐비테이션 현상이 일어나면 수중방사소음이 급격히 올라간다"라며 "소음으로 인해 적에게 탐지가 되지 않도록 캐비테이션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수선의 경우 일정 속도 이상 이동하기까지 캐비테이션이 발생하면 안되는 조건이 있다는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자율운항선 관제센터.(제공=한화오션)

◆미래 선박 기술의 정수 '자율운항선 관제센터' 


함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게 디지털 선박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연구소 내에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를 두고 있다. 현재 자율운항 기술은 원격 제어가 가능하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원의 개입이 필요한 단계다. 오는 2030년에는 선원의 개입이 필요없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을 만드는 게 한화오션의 목표다. 


작년에는 자율운항 선박 시험선 '한비'를 개발했다. 증강현실 기반의 자율운항 관제센터는 한비를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증강현실로 구현한 바다의 모습이 담긴 화면이 센터를 꽉 채웠다. 화면은 실제 배를 운항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정교했다.


운항 중인 한비 앞으로 여러 대의 선박들이 나타났고 선박 별로 하얀색, 노란색, 붉은색으로 화면에 표시됐다. 위험 정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데 한비와 상대방 선박이 가까워지자 붉은색으로 경고등이 켜졌고, 자동차가 경로를 바꾸듯 한비가 항로를 변경했다. 화면 중앙에는 노란색으로 길이 표시됐는데 이는 미리 입력한 항로다. 운항하면서 상대방 선박을 회피하게 되면 변경된 항로가 다시 화면에 표시됐다. 


저용량 데이터로도 원격 관제가 가능한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현재 사용 중인 해양 통신 환경에서도 대양을 항해 중인 선박을 관제할 수 있다.


허철은 디지털 솔루션 연구센터장은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2024년 대양을 항해하는 일본 상선에 적용해 실증 테스트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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