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우양에이치씨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증시 상장을 모색한다. 과거 대표이사 횡령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됐던 불명예를 극복하고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우양에이치씨가 최대주주 손바뀜 뒤 꾸준한 외형 확대에 성공한 점에서 증시 입성을 낙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양에이치씨는 지난 25일 한국거래소에 케이비제26호스팩과의 스팩 소멸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예심에서 제시한 합병 가액은 1만2168원, 합병 비율은 1대 0.1643655이다. 스팩 내 전환사채(CB)를 포함한 상장 시가총액은 1801억원 수준이다. 합병 주관 업무는 KB증권이 맡았다.
우양에이치씨는 지난 1993년 설립된 플랜트 전문 기업이다. 사업 부문은 크게 ▲화공플랜트 ▲발전플랜트 ▲환경플랜트로 구분된다. 화공플랜트는 오일과 가스 기반 플랜트 설비를 공급한다. 발전플랜트는 발전시설에 필요한 주기기·보조기기(BOP·Balance of Plant)를 취급한다. 환경플랜트는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양에이치씨의 증시 상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2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대표 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 상장 시가총액은 857억원이었다. 그러나 상장 1년 6개월 뒤인 2014년 6월 최대주주인 박민관 전 대표와 재무담당 이사의 횡령 혐의로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2015년 3월 상장폐지됐다.
우양에이치씨는 상장폐지 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회생채권 출자전환과 무상감자, 자기주식 소각 등 조치가 이뤄지면서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2017년 법원으로부터 인수·합병(M&A) 추진허가가 결정된 뒤 매각에 착수했다. 이듬해 나우IB가 약 1200억원을 들여 경영권 지분 90.13%를 사들였다.
2021년 나우IB가 우양에이치씨 인수 주체로 활용한 나우2호기업재무안정 펀드의 청산과 함께 현물 배분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펀드 출자자(LP)로 참여한 솔브레인홀딩스가 지분 34.16%를 받으며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후 솔브레인홀딩스는 우양에이치씨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새 주인을 찾은 우양에이치씨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다. 우양에이치씨의 지난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은 998억원, 영업이익은 2억1596만원이었다. 지난해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을 거뒀다. 순이익도 1억3000만원에서 218억원으로 불었다. 증시 상장을 계기로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상장폐지로 몸살을 앓았던 우양에이치씨의 소액주주들도 재상장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우양에이치씨의 소액주주 수는 상장폐지된 2015년 말 기준 1538명에서 지난해 말 670명으로 절반 넘게 줄어든 상태다. 우양에이치씨의 정리매매 마지막 날 종가가 45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남아있는 주주들은 적잖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최대주주·재무이사 횡령과 분식회계 이슈 등 악재로 상장폐지가 됐지만, 사업 경쟁력은 뛰어난 회사"라며 "과거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모두 해결한 데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구축해 둔 상태여서 코스닥 재입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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