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조원태 사단'인 이수근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기 정비(MRO) 자회사 아이에이티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한다. 시장에선 지난해 대한항공의 안전 이슈가 잦았던 만큼 아이에이티 수장 교체 가능성을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의 두터운 신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지난달 만료된 아이에이티 대표이사 임기를 3년 더 연장했다. 1960년생인 이 부사장은 인하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자재부와 시설환경부, 정비본부, 정비기술부 등을 거쳐 정비본부장을 역임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자재부 근무 당시 해당 부서 총괄 팀장이던 조 회장과 연이 닿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사장이 조 회장 측근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기술부문 부사장 겸 정비본부장이던 이 부사장은 우기홍 당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현 대표이사 사장)과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조 회장을 보좌했다.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이 각각 조 회장의 오른팔과 왼팔을 맡았던 셈이다. 특히 이 부사장은 조 회장이 2019년 11월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C레벨'(분야별 최고책임자)인 오퍼레이션부문 부사장(COO)을 맡은 데 이어 사내이사도 연임했다.
대한항공 100% 자회사인 아이에이티는 항공기 엔진의 보수와 점검, 수선, 정비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대한항공으로부터 항공기 엔진(GE90, PW4090, PW4168, PW4170)을 받아 최종 테스트하는데, 모기업 매출 의존도가 100%다. 이 부사장은 2010년 아이에이티 이사회에 합류했고, 2016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의 안전관리 미흡 논란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한항공 이사회 내 '안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엔진 결함 사고만 3건에 달해서다. 더욱이 조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안전운항'을 경영철학으로 강조해 왔던 터라 이 부사장의 연임이 물거품 됐단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 부사장을 연임시키며 돈독한 신뢰를 보여줬다. 업계는 이를 두고 대한항공 내부에 이 부사장을 대체할 정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나아가 아이에이티가 항공기 엔진 관련 점검을 도맡고 있지만, 정비 불량 또는 자체 결함 중 근본적인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란 풀이도 나오고 있다. 국내 대형항공사 통합이 완료되면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는 총 5개가 된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MRO 사업을 전담할 회사가 필요한데, 이 임무를 아이에이티가 맡아야 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내에도 정비분야 전문가가 여럿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이 부사장만큼의 역량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