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주 저평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게임업계의 주주환원 전략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현금배당·자사주 소각 규모를 확대한 가운데 3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딜사이트는 '게임사 주주환원 리포트'를 통해 주요 게임사들의 주주환원 정책 변화와 자본 배분 전략을 짚어보고, 환원 강화가 기업가치와 투자 판단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엔씨소프트가 실적 둔화 여파로 배당금을 줄였지만 기존 주주환원 정책은 유지하며 기조 자체는 이어갔다. 다만 순이익 감소에 연동된 구조 탓에 실제 지급 규모가 축소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유지'보다 '체감 환원 축소'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자사주 소각까지 포함한 중장기 환원 계획이 제시돼 있지만 실적 회복 여부에 따라 환원 수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씨는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실적을 반영한 연간 배당금을 주당 115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배당금(주당 1450원)보다 300원 줄어든 수준으로, 총 배당금은 약 223억원이다.
배당 축소의 직접적인 배경은 제도 변화보다 최근 실적 둔화에 있다. 엔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5069억원으로 전년 1조5781억원 대비 4.5% 감소했고, 유형자산 매각 등 일회성 비경상 이익을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배당 재원을 산정하면서 배당 총액은 약 283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정책 유지'보다 실질 환원 규모 축소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 '30% 룰' 유지됐지만…시장 시선은 '체감 축소'
엔씨는 연결 당기순이익의 약 30%를 현금 배당으로 환원하는 방식을 장기간 유지해 왔으며, 순이익이 줄어들 경우 배당 규모도 함께 축소되는 구조다. 회사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동일한 배당 성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실제 엔씨는 2025년 2월 공시를 통해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을 공식화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매년 연결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손익 제외)의 30%를 현금배당으로 지급하고, 기보유 자사주를 활용해 2025년 중 발행주식총수의 약 1.9%에 해당하는 41만주(약 1270억원)를 소각하기로 했다. 소각 이후 남은 자사주는 향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엔씨의 지분 구조를 보면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가 11.97%(262만8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11.64%(255만6537주)에 달한다. 이외에 사우디 국부펀드(PIF), 넷마블, 국민연금 등이 각각 한 자릿수 후반대 지분을 쥐고 주요 주주로 포진해 있다. 자사주 비중이 최대주주 지분과 맞먹는 수준인 만큼 향후 처리 방향에 따라 지배구조와 의결권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씨는 지난해 계획된 자사주 소각을 이미 한 차례 마무리했으며 현재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계획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달 25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이 향후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도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 소각을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다. 자사주를 M&A나 임직원 보상 등 다른 목적으로 쓰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규제도 함께 담겼다.
◆ 자사주 의무 소각, 김택진 지배력엔 '양날의 검'
현재 엔씨가 보유한 자사주 11.64%가 전량 소각될 경우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추가 매입 없이도 13% 안팎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동시에 PIF·넷마블·국민연금 등 다른 주요 주주의 지분율도 동반 상승해 '다자간 10%대 주주 구조'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규모가 최대주주 지분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소각 여부가 경영권 안정성 및 의결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그동안 인수합병(M&A) 재원이나 우호지분 이전 카드로 활용하던 물량이 사라지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방어 수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PIF와 넷마블, 연기금 등 전략적·기관 투자자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최대주주의 의결권 장악력이 달라질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단순 지분율보다 주주 연합 구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인수합병 재원이나 임직원 보상, 주가 안정 수단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가 줄어드는 부담도 존재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 현실화될 경우 엔씨 역시 중장기 자본 운용 방식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고 상법 개정에 맞춘 자사주 활용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는 이미 계획된 자사주 소각을 일부 완료했고 추가 매입 계획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여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자사주를 전략적 목적으로 장기간 보유·활용하기는 어려워지면서 자본 정책의 유연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엔씨 관계자는 "회사는 2027년까지 연결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 재원으로 유지할 방침"이라며 "순이익에 연동된 구조인 만큼 실적이 개선되면 배당 규모도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법 개정과 관련한 자사주 소각은 정책 방향성을 살펴보며 좀 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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