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가 급변하는 글로벌 투자 지형 속에서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 국내 자본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5대 자산운용사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5년은 AI가 쏘아 올린 기대감에 움직였다면 2026년은 그 기대가 숫자로 증명되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미래·한투·신한·타임폴리오운용 등 5개 하우스의 전략가들이 진단한 2026년 핵심 키워드와 리스크 관리, 투자법 등을 종합해 2026년 증시를 전망해본다.
[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2026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금리다. 금리의 향방에 따라 2026년 AI 밸류에이션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사진)는 2026년 주식시장을 관통할 가장 강력한 핵심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AI를 향한 빅테크들의 대규모 자본지출(CAPEX)이 계속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금리는 자금 조달과 미래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본부장은 2026년 글로벌 증시 환경에 대해 성장 속도 둔화와 완만한 물가 상승이 기본 배경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경기 침체 여부 자체보다 금리 인하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사이클과 환율, 외국인 수급을 3대 변수로 지목했다. 반도체 사이클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관련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480원대를 유지하는 원·달러 환율 안정화가 정책적 우선순위가 되면서 한국은 미국보다 금리 인하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등에 따른 수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화두인 AI 섹터에 대해 이 본부장은 "AI 발전에 의한 구조적 성장은 여전히 유효한 상수이며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방식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무차별적인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오라클의 사례에서 보듯 빅테크들이 투입한 자본을 어떻게 이익이나 잉여현금흐름(FCF)으로 전환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점"이라며 "AI 기술 자체에 대한 우려는 없으나 하위 섹터 내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교한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특히 전력·그리드 섹터를 주목했다. 미국은 자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설비가 매우 노후화 되어 있다. 이에 국내 변압기 및 전선 관련 수출주들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성 장세를 돌파할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바벨(Barbell) 전략'을 제시했다. 한 축으로는 AI 기술주 투자를 상수로 가져가되, 다른 한 축으로는 배당주나 미국 국채 등을 담아 변동성을 축소하는 전략이다. 그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AI와 S&P500 등 성장주에 70%를 두고 방어적 자산에 30%를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쥐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최근 유행하는 커버드콜 ETF에 대해서는 상승장에서 수익이 제한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본부장은 퇴직연금과 IRP 등 장기 투자 계좌에서 중심을 잡아줄 5가지 핵심 ETF를 제시하며, 각 상품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첫 번째로 TIGER 미국S&P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 만으로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약 65%를 커버하는 효과가 있다. 이 본부장은 "워런 버핏이 유언장에 언급했을 정도로 장기 투자에 최적화된 지수"라며 "연금 자산의 우상향을 이끄는 가장 기초적인 핵심 자산"이라고 말했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은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도 섹터에 대한 투자를 위한 선택이다. TIGER 200은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한국 반도체 경기의 활성화와 구조적 성장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리는 방안으로 추천했다.
상법 개정안 통과 기대감과 배당 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적 변화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한국 시장은 미국보다 금리 인하가 늦어지는 '중금리'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배당주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주식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완충해주는 역할로 TIGER 미국초단기(3개월이하)국채를 추천했다. 현금성 자산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달러 강세 시 일정 부분 환헤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다.
2026년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으로 복리의 마법을 뜻하는 '72의 법칙'을 강조했다. 72의 법칙은 내 투자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예컨대 연 10% 수익만으로도 7년이면 원금의 두 배를 벌 수 있다. 당장의 단기 수익보다는 시간의 복리 효과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본부장은 "시장에 대응하려고 하기보다 꾸준히 분할 매수하며 시장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다"며 "마음 편한 투자를 통해 본업에서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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