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세계 3강 도약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을 본격화하기 위해 AI와 반도체, 첨단산업 투자에 있어서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의 결과 책임을 따지지 않고 모험 전략의 실패까지도 나라가 떠안겠다는 과감한 전략을 주문했다. 이런 결과로 올해 출항한 국민성장펀드는 전체 자금의 절반을 첨단전략산업기금에 맡기고 손실 위험을 흡수하는 리스크 방파제 역할까지 수행하게 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민간 자본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첨단 분야에 한국산업은행이 조성하는 정책 자금이 후순위 역할을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한국산업은행이 올해 초 조성한 신설 기금으로 이 가운데 50조원은 초저리 대출에, 25조원은 직접·간접투자 및 인프라 금융 부문에 투입한다. 150조 중 나머지 75조원은 민간 자금 매칭 형태로 진행되며 민간주체는 금융기관을 비롯한 연기금, 기업으로 일반 국민까지도 대상이 된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바이오·미래차·인공지능(AI)·로봇·방산·핵심광물·콘텐츠 등 이른바 첨단전략산업 전반이다. 여기에 완성 기업 뿐만 아니라 지원대상을 장비 및 소재 공급사부터 첨단 기업에 대출 등을 제공하는 투자사까지 포괄해 생태계 전체로 적시했다. 단일 기업의 R&D 과제만 돕는 방식에서 벗어나 밸류체인 전반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공격적인 구상이다.
특히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위험을 먼저 부담하는 구조로 자금을 조성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첨단산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하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고 민간 금융권이 단독으로 진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점을 이재명 대통령이 각계 의견을 경청해 설계구조에 분명히 못박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첨단기금은 관련 산업의 도약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직접 투자의 경우 민간자본은 벤처캐피탈(VC) 등이 공동투자자 성격으로 참여하며 재정은 정책적 필요성이 높은 사업에 투입된다. 인프라 금융 역시 첨단기금과 정부재정이 후순위 대출을 맡아 하방 위험을 막아주며 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자본이 선순위 대출이나 채권을 공급하는 식이다.
대규모 팹이나 데이터센터, 배터리 공장처럼 회수 기간이 길고 초기 손실 가능성이 큰 사업에서 정책 자금이 먼저 손실을 떠안는 대신 민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민간 입장에선 다운사이드는 제한되고 업사이드는 일정 부분 나눠 가질 수 있어 참여 유인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간자금 참여 활성화를 위한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그간 은행권의 발목을 잡아왔던 위험가중자산(RWA)을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는 거래에 한해 현행 400%에서 100%로 낮출 계획이다.
지원 범위도 기존 R&D 보조금 수준에서 한층 더 넓어졌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연구개발 뿐 아니라 ▲핵심 장비·소재 생산라인 ▲배터리·AI 반도체 클러스터 ▲전용 산업단지·인프라(전력·용수·물류) 조성에까지 자금을 투입하는 구상을 세웠다. 특정 기업 한 곳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공급망 전반과 생태계(클러스터·단지·인력) 전반을 키우는 투자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국민성장펀드에서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손실은 먼저 맞고 이익은 같이 나누는" 쪽에 가깝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리스크와 대규모 인프라 부담을 정책 자금이 흡수해 주되 한 번 생태계가 안착하면 이후 설비 증설·후속 투자 구간에서는 민간 비중을 점차 키우려는 그림이다. 국민성장펀드가 단순한 경기 부양용 일회성 재원이 아니라 첨단 산업 생태계 전반을 설계하는 장기 투자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첨단기금이 실제 딜 구조를 어떻게 짜고 민간 자본을 어디까지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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