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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쫓는 모험자본 투자
이준우 기자
2025.12.18 08:25:12
벤처업계, AI·바이오 투자 '붐'…전문성 있는 투자처 물색 필요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08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지난 2021년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로부터 기업설명회(IR)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투자를 하게 해달라는 이들은 다름 아닌 모험자본에 핵심 공급자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이었다. 대표를 찾아온 VC들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벤처스·IMM인베스트먼트·SBVA 등 업계에 '큰 손'으로 통하는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1년 후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이들은 다시는 이 스타트업 대표를 찾지 않았다.


벤처투자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해당 키워드가 트렌드로 떠오르면 곧장 투자를 검토한다. 불확실성이 공존하지만 높은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과정에서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도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시장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다. 특히 AI와 반도체가 결합된 딥테크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대형 VC 중에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 구주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하우스가 더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듯 산업 초기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되면 시장은 활성화되고 산업에 대한 투자는 더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투자처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다. AI나 반도체는 글로벌 흥행 수표로 자리잡고 있어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AI·원전·바이오 등 성장산업은 일가견을 가진 VC들도 꽤 있다. 하지만 '진짜' 모험 투자의 경우 진정성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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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무너뜨린 테라·루나 플랫폼 운영사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글로벌 VC들은 줄도산을 맞이했다. 트렌드에 따라 투자하다 책임자가 바뀌고 이어받은 담당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기현상을 이어가면 '옥석 가리기'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제2의 테라·루나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때마침 산업 근간을 마련하는 가상자산기본법도 고개를 들며 블록체인 업계를 향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일부 VC는 블록체인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이 언제 또 트렌드로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금융권 밥그릇 싸움에 정부안이 물 건너가면서, 국회는 12월까지 논의를 끝내고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내년 법안이 시행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전쟁이 시작되면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 정치권도 매년 키워드에 따라 관심이 달라졌지만 이번 법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VC들도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군가 투자에 나선다고 무작정 자금을 들고 뛰어오는 것이 아닌 기술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탐구와 공부가 필요하다. 여타 업계처럼 제대로 된 투자에 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이들의 진정성 있는 관심에 기업은 성장으로 보답할 것이다. 다시는 투자처에 "비겁하다. 잘 모르는데 찾아온다"와 같은 푸념을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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