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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셀프 매입한 SK…돈 보단 평판 리스크
이슬이 기자
2025.11.04 08:30:19
외부 매각 막히고 국민연금 훼손 위험 커지자…플래닛 내세웠지만 논란은 지속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3일 06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스퀘어 사옥. (제공=SK스퀘어)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SK스퀘어가 SK플래닛을 통해 경쟁력을 잃어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11번가를 최종적으로 떠안기로 했다. 11번가에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FI)는 투자 원금과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게 됐지만 SK그룹의 재무적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과거 콜옵션을 가격상 배임 소지로 포기했던 SK스퀘어가 이번엔 장부가 대비 30% 낮은 가격으로 그룹 내부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 회사는 외부 검토를 거쳐 가격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가 보유 중인 11번가 지분 전량을 SK플래닛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국내 사모펀드운용사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11번가 투자자들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행사를 통해 SK스퀘어 지분을 포함한 11번가 지분 전량을 SK플래닛에 매각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지분 인수 대가로 총 4673억원을 연내 지급 받을 예정으로 그동안 받은 배당금을 포함하면 투자 원금 5000억원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11번가 매각 이후 sk스퀘어 지배 구조 딜사이슬이 복사.jpg

SK플래닛은 SK스퀘어가 지분 약 86%를 보유한 자회사로 이번 인수는 형식상 SK플래닛이 주체지만 자금 대부분은 사실상 SK스퀘어가 부담하는 구조다. 인수 대금은 SK스퀘어 증자와 SK플래닛 내부 자금 이전을 활용해 마련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제3자 매각이 좌초된 상황에서 SK그룹이 내부적으로 7년 전에 받은 투자 원리금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이번 거래로 11번가는 SK플래닛의 100% 자회사이자 SK스퀘어의 손자회사가 된다. SK스퀘어 측은 OK캐쉬백 등 기존 멤버십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11번가는 쿠팡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수년간 실적 부진을 이어온 데다 업계 경쟁력도 약화된 상황이다. 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손익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SK스퀘어 연결 기준으로는 수천억원 규모의 현금 유출과 재무 지표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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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1번가는 FI들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으면서 11번가가 5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 SK스퀘어가 FI 지분을 상환(콜옵션)하고 만약 해당 권리를 포기할 경우 FI가 최대주주 지분까지 묶어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콜앤드래그 조항을 삽입했다. 하지만 2023년 말 11번가가 상장에 실패하자 SK스퀘어는 끝내 콜옵션 행사를 거부하며 FI들의 신뢰를 져버리는 선택을 했다. 당시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로 내세운 건 배임 소지다. 11번가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FI 지분을 투자 원금 수준으로 되사줄 경우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훼손했다는 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는 FI가 드래그얼롱 조항을 행사해 SK스퀘어 지분까지 묶어 SK플래닛에 넘기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 거래로 FI들은 주주 간 계약에 따른 워터폴(waterfall) 구조에 따라 투자 원금을 회수하게 된다. 워터폴 구조란 M&A나 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분배 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다. SK플래닛이 지급하는 총 인수대금 4673억원 가운데 FI 보유분 매각대금은 약 862억원이며 나머지 3810억원은 SK스퀘어 보유분이지만 워터폴 조항에 따라 SK스퀘어의 매매대금 채권은 FI에 이전된다. 

 

문제는 이번 지분 매각 역시 과거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한다는 사유로 내세웠던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의 장부가액은 약 6600억원이지만, 이번 거래에서 산정된 총 인수대금은 4673억원으로 30% 가량 낮다.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상환했지만 장부가 대비 손실이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재무적 부담 뿐만 아니라 거래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11번가를 매입하는 SK플래닛은 비상장사이지만 SK스퀘어는 상장사로 그룹 내 M&A(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이해를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SK스퀘어가 11번가 지분을 자기 회사가 아닌 자회사(SK플래닛)로 매각하면서 SK스퀘어 주주 또는 SK그룹 모회사 주주의 이익이 충분히 고려됐는 지가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번가를 그룹 내부 자회사로 옮기는 방식이 채무부담 회피 또는 책임 회피로 보일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지배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SK스퀘어의 주주가 SK플래닛을 통해 실제로 경제적 이익을 잘 확보할 수 있는 지가 검토됐어야 할 필수 문제다. SK플래닛의 기존 사업인 마일리지 플랫폼 OK캐쉬백과 11번가 간의 정당한 시너지가 확보되는 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자세한 검토가 마련되지 못한 채 국민연금에 대한 투자금 변제 불가와 그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염려해 11번가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면 내부거래나 지분매각가격 적정성, 매각 결정과정의 투명성 등이 향후 감독기관이나 투자자 측에서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최근 상법 개정과 주주권익 강화로 인해 그룹 내 문제 해결을 위해 주주 이익을 희생했다면 경영판단 원칙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법률 사무소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직접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경영진이 고가 매입으로 인한 배임 이슈에 노출될 수 있었지만 계열사를 통해 우회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 판단의 정당성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SK스퀘어 관계자는 "11번가 보유가 향후 SK스퀘어 기업가치 증대에 유익한 방향"이라며 "11번가 지분 가치는 드래그얼롱을 가진 재무적투자자(FI)와 SK플래닛이 합의한 사항이며 외부 평가기관의 검토를 마친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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