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SK스퀘어가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절반 가량 우선 상환한다. 이후 볼트온을 통해 11번가 기업가치를 높여 잔여 투자금 회수를 돕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투자금 전액 상환을 요구해왔던 FI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협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올해 도래한 FI의 콜옵션 요구를 일부만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상환액은 원금과 이자를 더한 총액의 절반 수준인 2500억~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콜옵션 행사는 2023년 SK스퀘어가 한 차례 권리 행사를 포기한 이후 재차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2018년 11번가는 나일홀딩스 컨소시엄(H&Q·국민연금·새마을금고)으로부터 5000억원을 유치하면서 콜앤드래그 조항을 계약에 포함했다. 5년 내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사주고(콜옵션), 만약 이를 포기하면 FI가 최대주주 지분까지 묶어 제3자에게 매각(드래그얼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11번가가 IPO에 실패하자 SK스퀘어는 끝내 콜옵션 행사를 거부하며 사실상 11번가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SK스퀘어는 FI의 잔여 투자금 회수를 지원할 방안도 함께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볼트온 M&A를 통해 11번가의 현금창출력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향후 배당이나 재매각 등을 통해 FI의 엑시트 기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볼트온은 동종업계 기업이나 연관 업종의 사업체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 전략이다. 인수 기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SK그룹의 관계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의 전액 상환을 요구해왔던 FI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최근 SK그룹이 잇달아 계열사 투자자들의 자금을 상환하면서 11번가 FI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의 SK엔무브 투자금을 상환했으며, MBK파트너스 컨소시엄 등이 SK온에 투자한 자금도 전액 돌려줬다.
오히려 FI들 사이에서는 SK스퀘어가 투자금 일부만 상환한 뒤 나머지 자금 회수는 기약 없이 미룰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조만간 있을 SK그룹 임원 인사에서 SK스퀘어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현재까지의 협상 내용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23년 박정호 전 SK스퀘어 대표가 FI의 엑시트를 돕겠다고 공언했지만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금 회수는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1번가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끈 장본인이다.
11번가 FI 관계자는 "5000억원이 넘는 원금과 이자 중 일부만 상환하는 내용의 협상이 진행 중"며 "다만 나머지 자금 회수 방안은 구체적인 시기 없이 논의되고 있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FI들 사이에서는 SK그룹의 해결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SK온 사례와 비교하면 FI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제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SK스퀘어가 일부라도 투자금을 상환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거 SK스퀘어는 콜옵션을 포기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11번가의 기업가치가 투자 유치 당시(2조7000억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FI 지분을 비싸게 되사는 것은 SK스퀘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약 8200억원으로 평가된다. 과거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 탓에 SK스퀘어 입장에서는 전액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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