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7년 간의 기다림 끝에 11번가 투자 원리금을 전액 회수(엑시트)하는데 성공하면서 국민연금(NPS)의 수시 출자 가능성도 힘을 받고 있다. 11번가에 대한 5000억원 규모 투자는 H&Q와 국민연금이 합작했던 것인데 당초 이에 대한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하던 상황에서 문제가 오랜 협상 끝에 투자자 측의 손해가 없는 수준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05년 사모펀드에 대한 첫 출자를 H&Q에 집행했는데 국내 대표 LP(투자조합 출자 유한책임조합원)와 GP(LP 자금 운용 무한책임조합원) 사이 협업이 가장 큰 위기를 지났다는 평가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보유한 11번가 지분 전량을 자회사 SK플래닛에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 7년 전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원리금 상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2대 주주인 나일홀딩스(18.18%)가 보유한 지분이 플래닛에 넘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상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일홀딩스는 H&Q코리아가 11번가 투자를 위해 국민연금·새마을금고 등과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지난 2018년 H&Q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과 컨소시엄을 조성해 11번가에 5000억원 가량은 투자했다. 최대 출자자는 국민연금으로 총 3500억원을 투입했다. 나머지 자금은 H&Q가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1000억원, 새마을금고가 5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이들은 11번가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SK 측이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증시 침체와 실적 부진으로 11번가 상장은 계속 불발됐다. SK는 그 사이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확대에 대한 한계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후 11번가는 투자자들의 주도로 제 3자 매각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후 티메프 사태(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해 발생한 대규모 미정산 및 미환불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진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11번가 투자자들과 SK 사이의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번에 SK스퀘어가 11번가 처분을 결정하면서 투자자들은 7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수 있게 됐다.
H&Q의 경우 3호 블라인드펀드의 마지막 포트폴리오인 11번가를 최종적으로 회수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3호 펀드는 지난 2013년 5650억원 규모로 조성해 ▲11번가 ▲잡코리아 ▲일동제약 ▲HK이노엔 등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회수하지 못한 포트폴리오는 11번가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무려 12년 만에 펀드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H&Q로서는 최근 11번가의 투자금 회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였다. 현재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는 상황이라 이번 회수 여부에 따라 국민연금의 수시출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기존 GP의 펀드 내부수익률(IRR)이 12% 이상 넘길 경우 경쟁입찰 없이 뭉칫돈 출자를 결정한다. 올해는 글랜우드PE가 유일하게 국민연금으로부터 수시출자를 받았다.
H&Q 3호 펀드의 수익률은 IRR 20% 후반대 달해 11번가를 공정가치 수준으로 평가한데도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원금대비수익률(MOIC) 역시 3배 수준이다. 국민연금 수시출자의 경우 직전에 출자한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의 수익률을 합산해 계산한다. 11번가에 투자한 프로젝트펀드 수익률이 1~2%로 추정되는 만큼 3호 펀드와 수익률을 합쳤을 때 우수운용사 기준에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번 회수로 국민연금 투자금을 비롯해 원금을 회수하면서 수시출자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조성됐다.
H&Q는 5년 만에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목표 금액은 6000억~7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직원공제회 출자사업에서 승기를 쥐면서 쾌조의 시작을 알린 상황이다. 최근에는 우정사업본부 출자사업에서 승전보를 울렸으며 현재 과학기술인공제회·군인공제회 등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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