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홈플러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인수합병(M&A) 뿐입니다. 성사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언대에 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한 마디 내뱉자 곧바로 "그동안 뭘 했길래 국정감사 자리에서 정부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느냐",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이라는 거친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전례 없던 7조원 빅딜은 유통업계의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회생까지 신청한 실패한 투자로 끝이 났다. 벌써 9개월이 다 되어가는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가 비판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에는 지금도 2만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소속되어 있고 전국 단위의 점포망과 물류 시스템, 납품 구조까지 여전히 작동 중이다. 고용과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게 책임이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말처럼 홈플러스가 다시 일어설 방법이 매각뿐이라면 지금의 무자비한 공세가 그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지금 정치권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재벌 오너와 같이 회장 개인이 무한 책임을 지고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을 바란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사재출연과 같은 무분별한 요구를 이어가며 연일 MBK방지법과 같은 사모펀드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중요한 사안을 직접 결정하는 지배 주체가 아니다.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으로부터 출자 받은 투자금으로 기업에 투자해 일정 기간 내 높은 수익률로 회수해야 하는 운용사일 뿐이다. 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도 최대한 출자자들의 자금을 손실 없이 회수하고자 하는 사모펀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정치권이 이 같은 이해 없이 홈플러스에 '먹튀' 같은 부정적 이미지만 덧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M&A 성사의 핵심은 홈플러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잠재적 인수 후보들 입장에서는 사업적 시너지와는 별개로 인수 후에도 끊임없는 정치적 압박이나 비난 여론에 휘말릴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국감장에서 "현재 몇 군데 실무 검토가 진행 중이고 오너급 의사 결정 문턱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최종 인수 결정 단계에서 그 문턱을 넘도록 만들지 아니면 아니면 가로막게 만들지는 앞으로 정치권이 조성하는 시장 분위기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물론 MBK파트너스에 대한 질타를 멈추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질타를 넘어 홈플러스의 회생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이제는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정치권이 MBK를 공격하는 대신 머리를 맞대고 인수 후보자들이 어떤 이유로 검토를 중단 했는지, 어떤 불확실성이 거래를 가로막았는지부터 짚고 그에 대한 보완책을 고민하는 것이 진짜 협력이다. 어쩌면 김 회장이 말한 '도와달라'는 말은 이런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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