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해외에 진출한 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금융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 한국의 시각은 다른 국가에 비해 좁은 것 같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현지 은행 지점장에게 운영 고충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한숨과 함께 "한국 본점, 현지 감독당국, 그룹 감사까지 있으니 여러 명의 시어머니 밑에서 살림을 꾸리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은행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지점과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규제 환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 런던, 홍콩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서는 각국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소위 '쩐주(자금줄)'를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의 영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다. 최근 당국이 생산적 금융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은행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일례로 3대 금융 허브로 꼽히는 홍콩 정부는 비즈니스 프랜들리 기조를 유지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감독체계를 운영 중이다. 초기 진입 단계의 심사는 엄격하지만, 이후 자금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만큼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현지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부 통제 관련 부담도 크다. 해외 은행 지점은 적게는 30명 이내 소규모로 운영되면서도 본점 수준의 복잡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과 현지 당국, 그룹 등 '3중 감사'에 맞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현지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맞물려 내부 통제 리스크가 더욱 가중된다.
홍콩 지점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홍콩 당국의 관치(官治)는 한국만큼 세지 않다"며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 개개인의 역량으로만 접근을 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 시장은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은행의 이자이익에 크게 의존하면서 수익 구조의 한계가 뚜렷하다. 각 은행이 비이자이익 다각화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그룹의 비이자이익 중 약 25~30%는 해외 지점과 법인에서 발생하는 투자은행(IB)·외환·수수료 수익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수익 기반 다변화가 절실한 이유다.
해외 진출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현지화를 통해 한국계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커버리지를 넓히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K-금융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후한 규제 장벽을 과감히 걷어내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 환경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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