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가 최수연 대표 직속 'R-TF(Revolution Task Force)'를 신설하며 미래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디지털트윈, 로보틱스 등 연구 중심으로 머물던 기술 자산을 글로벌 B2B·B2G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의장의 복귀 이후 네이버의 기술 중심 경영 기조가 '사업화 구조 개편'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R-TF는 네이버랩스가 축적한 공간지능·자율주행·디지털트윈 기술을 실제 수익 모델로 연결하기 위한 조직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총괄을 맡고 장성욱 전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이 리더로 합류했다.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잇는 '기술-사업 브리지'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네이버랩스는 ARC eye(3D 매핑·측위), ALIKE(디지털트윈 솔루션), DUSt3R(3D 복원 AI), TwinXR(공간지능 통합 플랫폼) 등 세계적 기술을 확보해 네이버 지도·네이버페이 등 서비스에 적용해왔지만 전사적 사업화 체계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R-TF는 이를 글로벌 B2B·B2G 시장으로 본격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3개 도시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본 NTT와 스마트빌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대규모 프로젝트를 전담할 B2B·B2G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이 R-TF 신설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단순 기술 공급을 넘어 스마트시티 운영 플랫폼, 공공 데이터 관리, AI 기반 도시 인프라 등으로 사업 스코프를 넓히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간지능 시장이 2030년 66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점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R-TF 신설과 맞물려 네이버는 AI 및 로보틱스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D2SF를 통해 미국 머신비전 스타트업 '써머 로보틱스'에 투자했으며 피지컬 AI 분야 스타트업 공개 모집도 진행 중이다. 써머 로보틱스는 마이크로초 단위 레이저 이벤트 센서를 활용해 기존 대비 4배 빠른 인식 속도와 0.1㎜ 정밀도를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는 네이버가 구상 중인 지능형 로봇·디지털트윈 통합 플랫폼의 핵심 부품 기술로 꼽힌다. 현재 네이버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로보틱스 비중은 약 8%로 클로봇, 세이프틱스, 플로틱, 비욘드허니컴, 와이닷츠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포함돼 있다. 네이버는 하드웨어·인텔리전스·애플리케이션 전 밸류체인에 걸친 피지컬 AI 투자로 로봇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최근 피지컬AI 분야에서 신규 투자할 스타트업 공개 모집에도 돌입했다. 하드웨어부터 인텔리전스, 애플리케이션까지 피지컬 AI 전 밸류체인에 걸쳐 투자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AI 기술 내재화를 위해 외부 스타트업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벤처스, D2SF, 네이버클라우드 등 사내외 조직이 각각 다른 단계의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며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구조다. 네이버벤처스는 실리콘밸리에 사내 독립조직(CIC) 형태로 출범해 글로벌 AI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 중이며 첫 투자처로 멀티모달 검색 기술을 보유한 트웰브랩스를 선택했다.
D2SF는 딥테크·산업연계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해왔으며, 최근 투자한 AI 모델 경량화 기업 노타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의료·물류 등 산업 특화형 AI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며 디지털 병리기업 어반데이터랩과 스마트 물류기업 위밋모빌리티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자사 핵심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는 R-TF를 통해 기술을 사업화하고 외부적으로는 벤처스·D2SF·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기술과 파트너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해진 의장이 강조한 '다윗 전략', 즉 빅테크와의 정면 승부가 아닌 특화 영역 중심의 집중 투자가 조직 전반에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진 창업자의 경영 복귀 이후 네이버의 기술 전략은 '연구 중심'에서 '사업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제2사옥 1784와 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 사내 테스트베드에서 검증된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십과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R-TF를 통해 내부 기술의 상용화 구조를 정비하고 외부 투자 네트워크를 통해 신기술을 흡수하며 AI 생태계 전반을 주도하려는 구체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제 연구 단계의 기술을 상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내부 체계(R-TF)와, 외부 스타트업을 통한 기술 내재화 투자를 동시에 굴리는 구조를 갖췄다"며 "AI·디지털트윈·로보틱스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역에서 연구와 사업의 병행 체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구체적인 '기술 상용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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