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재매각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매각은 포스코그룹이 날린 '선방'으로 떠들썩한 모습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초 HMM 인수와 관련해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냈다.
HMM 대주주인 정부도 매각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한국산업은행 수장으로 취임한 박상진 회장은 "HMM 민영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고,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도 "HMM 지배구조나 매각 등과 관련해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되기 전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 시장이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산은 입장에서는 HMM 지분을 10년 가까이 보유한 지금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적기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파산 위기에 내몰린 HMM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HMM은 채무 조정과 선박 확보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화에 성공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형 호재로 작용한 2022년에는 10조원이 넘는 연간 순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제 투자자 관점에서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국책은행의 역할은 기업을 영구 소유하는 것이 아닌, 정상화시킨 뒤 물러나는 데 있다. 지난 10년간 '국유화의 시간'을 보낸 HMM도 민영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공격적인 사세 확장이나 장기 투자 결정은 쉽지 않았다. 정부의 품 안에서 안정을 얻은 대신, 성장 속도를 잃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HMM의 이번 재매각은 단순한 경영권 매각이 아니라, HMM의 독립 경영을 위한 출발점이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현실적 목표와 기업 자율성 확보라는 산업적 과제가 동시에 걸려 있기도 하다.
2023년 진행된 매각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당시 산은의 목표는 '연내 매각 완료'였지만, 입맛에 맞는 원매자가 등판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는 하림그룹이 선정됐지만, 딜클로징(거래 종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산은은 '타이밍'을 기다렸다. 잔여 영구채 리스크도 털어냈다. 그리고 지금, 그 타이밍이 도래했다. 포스코그룹은 시가총액 20조원을 넘보는 HMM을 인수할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이면서, 해운업과도 사업적 연관성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포스코그룹이 민영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국영기업이라는 태생적 이유로 책임감을 갖추고 있는 '중간형' 플레이어다. 이는 정부가 매각 파트너로 고려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재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해운업계 안팎에서 해운업 경력이 없는 포스코그룹으로의 인수는 오히려 악수가 되고, 결과적으로 국내 해운사업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하지만 해운업이 더 이상 독립적인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종산업 간 결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오히려 인수 주체가 해운업계 출신이냐 보다는 HMM의 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할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지가 핵심이다.
10년은 길었다. 산은은 책임 있게 엑시트하고, HMM은 경영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다면,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산업정책의 성공 사례로 남을 것이다. HMM은 구조조정의 상징이 아니라 자립의 성공작이 될 수 있다. 한 번 더 찾아온 기회다. 이제는 과거의 구조조정을 마감하고, 민영화의 이름으로 새 항해를 시작할 때다. 이번에는 그 항로가 순풍을 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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