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인 HMM이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에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더욱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속 하락 중인 데다, 물류 대란 수혜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3Q 컨센, 영업익·순익 80% 넘게 급감…공급 과잉서 기인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5491억원과 영업이익 2467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조원(28%) 가량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83%) 넘게 빠진 숫자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1조4000억원(82%) 급감한 것으로 예측된다.
HMM 실적이 부진한 주된 요인으로는 구조적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 대비 물동량이 부족한 데다, 하반기부터 SCFI가 40% 가까이 하향 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향후 3년간 17%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 기간 HMM의 컨테이너 발주잔고 역시 선복량 대비 3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SCFI의 경우 지난해 3분기 3082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올 3분기 약 1500포인트로 반토막 났다. 이에 HMM의 운임도 2.043달러에서 1.235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통상 물동량이 집중되는 하반기는 해운업계의 계절적 성수기로 꼽힌다. 특히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호황과 불황이 반복)을 타는 업종인데,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약 5년간의 호황기를 누렸다. 실제로 지난 5년간의 3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20년 2771억원 ▲2021년 2조2707억원 ▲2022년 2조6010억 ▲2023년 758억원 ▲2024년 1조4614억원이었다.
HMM는 2020년부터 이른바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서 항만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자연스레 해상운임이 급격히 인상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부랴부랴 선박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도입까지 2~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터라 초고운임 현상이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특수는 2022년 하반기부터 소멸됐고, 해운사 실적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팬데믹 당시 발주한 선박 공급이 시작되면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HMM은 지난해 다시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분기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재가입했다. 홍해 사태로 글로벌 물류 병목 현상이 심화됐을 뿐더러 중국 물동량 증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창사 이래 세 번째로 좋은 수익성을 거뒀다.
◆ 불황 사이클 진입 가능성…포트폴리오 다변화 성과까지 시간 필요
하지만 올 들어 HMM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중 관세 전쟁의 유탄을 피하지 못한 데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감소,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 등 부정적인 요인이 산적해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해운업황이 장기 불황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는 HMM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 공급 과잉에 따라 중장기 SCFI는 우하향 기조와 보수적인 영업환경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진단했으며,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 시황은 장기 악화가 불가피해 보이며, 유통업체들의 갑작스러운 재고 보충 물량이 시황이 개선되더라도 단기적인 파동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HMM의 SK해운 인수 불발은 뼈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HMM은 올 1월부터 SK해운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한앤코)와 협상을 벌여왔지만,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8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HMM은 컨테이너선 매출 비중이 85%로 편중된 만큼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사업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HMM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섰다. SK해운 사업부 중 LNG(액화천연가스)를 제외한 벌크·탱커·LPG(액화석유가스) 사업부만 분리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나아가 HMM이 추진하는 수익 안정화 노력의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도 있다.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 선대를 130척, 15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까지 늘리고 벌크선의 경우 110척, 1256만DWT(순수 화물 적재 톤수)로 확대한다. 규모의 경제로 연평균 매출 성장률 9%를 달성한다는 구상이지만, 말 그대로 장기 계획이기 때문에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운업계는 지금까지 홍해 사태와 항만 처리능력 부족, 지정학적 변수로 인한 화주들의 패닉을 이용해 공급 과잉을 잘 숨겨왔다"며 "하지만 화주들은 팬데믹과 전쟁, 트럼프 불확실성에 적응해가고 있고, 선사들에게 남은 카드는 2027넌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뿐인데, 이때까지 운임 하락과 HMM의 감익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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