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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무서워 피하고, 만만한 솔루스에 매타작
서재원 기자
2025.09.25 07:20:18
③ LG 트라우마에 말련 제조 경쟁사 롯데는 회피…CFL 모르고 솔루스 과소평가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1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전경.(제공=SKC)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SKC는 자회사 SK넥실리스의 경영위기를 특허 소송전으로 풀어보려 하지만 정작 실제 경쟁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SKC가 자신들보다 체급이 높은 대기업 계열 롯데머티리얼즈에는 쟁송을 피하면서 규모가 만만한 솔루스첨단소재에는 매타작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가 롯데머티리얼즈가 아닌 솔루스에 소송 카드를 꺼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제기된다. 첫째는 승소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다. 롯데는 과거 일진머티리얼즈 시절부터 이어온 사업 이력을 바탕으로 인쇄회로기판(PCB) 및 전지박 관련 특허 400여개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표면 조도와 저항 특성 등 핵심 물성 특허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솔루스는 한국과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서 100개에 미치지 않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SK넥실리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특허 개수가 적은 솔루스를 송사 상대로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SKC와 SK넥실리스는 솔루스가 세계 최초로 전지박 양산에 성공한 서킷포일룩셈부르크(CFL)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3년 11월 SK넥실리스 측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CFL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CFL은 1960년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동박·전지박 기업이다. 동박은 1908년 미국의 에디슨에 의해 최초 개발됐고 CFL은 해당 기술을 전수 받아 세계 최초로 전지박을 개발했다. 글로벌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 산하에 있던 CFL은 지난 2014년 두산그룹에 매각되며 두산솔루스가 됐고, 이를 2020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가 다시 인수하면서 현재의 사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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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스가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북미·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도 CFL 영향이 컸다. 지난 2019년 솔루스가 헝가리 공장을 설립할 당시 CFL 출신 기술자들이 참여함과 동시에 기술 이전이 이뤄졌다. 단순한 기술 카피가 아닌 CFL 기술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전 받았다는 얘기다. 해당 기술은 1990년대 후반부터 CFL이 판매한 제품들에 적용됐다. CFL은 최근 매각이 이뤄졌지만 기술에 대한 특허 등은 여전히 헝가리 법인에 남아있다.


SK넥실리스 측은 최근 들어 솔루스의 제품이 CFL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솔루스 측이 CFL이 과거 프랑스 배터리 업체 샤프트 등에 공급한 제품을 근거로 소송 대응에 나서려고 하자 SK넥실리스가 미 법원에 "솔루스 선행 제품을 소송에서 배제해 달라"고 뒤늦게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 법원은 SK넥실리스 요구를 기각하고 CFL 제품을 판단 근거로 활용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SK넥실리스가 당초 솔루스와 CFL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 특허 개수 등으로 솔루스를 과소평가하며 소송에 나선 결과라고 지적한다.

솔루스첨단소재 전지박 이미지. (출처=솔루스첨단소재)

두 번째는 SK넥실리스가 롯데에 소송을 걸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021년 말레이시아 신공장 설립 과정에서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머티리얼즈)와 갈등을 빚었다. SK넥실리스가 쿠칭에 위치한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바로 옆에 신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바로 근처에 공장을 지으려 하자 일진머티리얼즈는 SK넥실리스로 인력과 기술 유출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SK넥실리스는 쿠칭이 아닌 코타키나발루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다만 인력 유출은 막지 못했다. 당시 SK넥실리스 측은 신공장을 착공함과 동시에 일진머티리얼즈 측 연구원을 비롯한 주요 인력들을 대거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 과정에서 일진머티리얼즈의 기밀 정보들이 SK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롯데가 SK넥실리스에 오히려 소송을 먼저 걸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게다가 SK넥실리스가 롯데머티리얼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미국 소송 절차인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과정에서 기술 유출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과거 이메일이나 계약서 등 내부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롯데머티리얼즈의 기밀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 유출 문제는 SK에 큰 트라우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과의 아픈 경험 때문이다.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기술 불법 유출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LG는 자사 핵심 인력들이 SK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기밀이 조직적으로 유출됐다고 주장했고 ICT는 LG의 손을 들어줬다. SK는 LG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마무리 했다. 인력 유출이 기밀 유출로 이어져 결국 송사에서 패배한 SK가 비슷한 패턴으로 롯데에 함부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번째는 유럽 및 북미 시장 생존 게임 때문이다. 롯데는 삼성SDI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SK넥실리스와 고객사가 겹치지 않는다. 반면 솔루스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ACC, 중국 CATL 등을 상대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 SK넥실리스 고객사거나 잠재 고객인 기업이다.


실제 솔루스는 유럽에서 LG에너지솔루션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특허 침해 소송전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이 SK넥실리스 물건을 쓰는 걸 꺼려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ACC·CATL 등 물량 전량을 솔루스가 최근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시장 역시 파나소닉 등 기존 SK넥실리스의 주요 고객사에도 솔루스가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솔루스는 최근 테슬라에 제품을 독점 공급하면서 SK넥실리스와 모회사 SKC가 큰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SK넥실리스는 과거 테슬라와 공급계약 논의가 있었지만 NDA(비밀유지협약) 위반 이후 대화가 끊겼고 그 자리는 솔루스로 대체됐다. SK넥실리스 입장에서는 솔루스가 핵심 고객사를 잠식하며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결국 SK넥실리스는 주요 고객사를 되찾고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솔루스를 견제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솔루스는 LG에너지솔루션, ACC, CATL 등 SK넥실리스가 잠재 고객으로 삼은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SK가 과거 LG와의 소송전, NDA 위반 이슈 등이 벌어지면서 북미·유럽 시장 주요 배터리 사의 1차 벤더 자리를 솔루스가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SK 입장에서 주요 고객사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솔루스를 견제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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