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NCC 최대 370만톤(t)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통폐합을 둘러싼 기업 사이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여천NCC에서 수십년 동안 4조원을 배당으로 받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비판을 받으며 대주주 책임론도 불거졌다. 정부는 대주주와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의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딜사이트는 대주주 배당, 오너 보수 등을 잣대로 석화 사업재편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책임경영을 들여다본다.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와 DL의 자금줄이었던 여천NCC가 흔들린다. 한해 많게는 7400억원을 모회사로 올려보내며 튼튼한 자금줄의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앞서 쌓은 이익잉여금을 모두 소진하고 결손금마저 발생했다.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여천NCC 구성원 사이에선 과도한 배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두 모 기업은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챙겨가며 정작 위기 대응과 미래 전략 마련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여천NCC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총 3조1400억원을 배당했다. 이 회사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1999년 공동 설립한 석유화학 합작법인으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천NCC는 실적 부진으로 배당을 중단한 2021년 이전까지 10년간 고배당을 실시했다. 10년간 배당이 순이익을 웃돈 것은 총 6차례로 ▲2011~2014년 ▲2018년 ▲2020년 등이다. 같은기간 순이익을 모두 합치면 3조1209억원이다.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배당이 더 많았다. 2018년에는 순이익 4582억원을 기록하고 배당으로 7400억원을 지급했다. 그해 말 여천NCC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3억원에 불과했다. 기업은 통상 순이익의 일부만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회사 내부에 유보금으로 남겨 미래 투자와 위기관리에 활용한다.
현금배당의 회계상 재원은 누적된 당기순이익으로 구성된 이익잉여금이다. 여천NCC는 석유화학 호황으로 한때 1조원(2017년 1조142억원) 이상의 이익이여금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부터 이익잉여금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9년 8072억원 ▲2020년 7150억원 ▲2021년 6511억원 ▲2022년 3134억원 ▲2023년 716억원까지 줄었고 ▲2024년 마이너스(-) 1680억원으로 결손금이 발생했다. 마이너스 이익잉여금은 축적해 온 누적 순이익을 모두 까먹었다는 의미다.
여천NCC 내부에선 고배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여천NCC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사이에선 당연히 고배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DL과 한화 경영진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 따른 수요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두 모회사가 경영위기를 극복할 적극적인 대응안을 모색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불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시장은 꾸준히 경고를 보냈음에도 내부 목소리는 등한시하더니 이제는 책임을 미룬다"고 토로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지난달 여천NCC에 1500억원씩 자금대여를 결정했다. 여천NCC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벗어나며 한숨 돌렸다. 다만 정부가 기업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선 구조조정, 후 정부지원' 원칙을 천명한 상황에서 여천NCC도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두 모회사는 공동으로 여천NCC의 경영상황 점검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이와 별개로 여천NCC도 자체 TF를 꾸린 상태다. 정부가 연말까지 기업마다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받기로 만큼 이에 맞춰 여천NCC도 자구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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