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NCC 최대 370만톤(t)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통폐합을 둘러싼 기업 사이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여천NCC에서 수십년 동안 4조원을 배당으로 받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비판을 받으며 대주주 책임론도 불거졌다. 정부는 대주주와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의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딜사이트는 대주주 배당, 오너 보수 등을 잣대로 석화 사업재편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책임경영을 들여다본다.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은 비상장 기업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KPICC)을 '개인 금고'로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4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이 회장-KPICC-대한유화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통해서다. 대한유화가 대규모 적자에 빠졌으나 KPICC의 배당은 멈춤이 없다. 이순규 회장도 대주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KPICC는 이 회장의 개인 기업과 같다. 이 회장과 배우자 김미현씨의 지분율은 각각 89.19%, 7.06%다.
중견 석유화학 기업인 대한유화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90만톤(t) 캐파의 NCC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SK그룹 석유화학기업 SK지오센트릭과 설비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으나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 석화단지의 경우 공급과잉 주범인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 탓에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유화 수장은 이순규 회장으로 창업자 이정호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명지고 한양대 법대 출신으로 2007년 3월 회장에 취임했다. 대한유화를 지배하고 있는 이 회장은 석유화학 호황 시기 상여를 크게 늘렸으나 불황 때 희생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개인 기업 KPICC로 들어가는 배당금은 대한유화 적자가 지속되는데도 줄어들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2년 1년 동안 2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반기 영업적자는 145억원이었다.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35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이다.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이순규 회장의 보수는 회사 실적에 따라 등락이 있었다. 잘나갈 때 상여를 크게 늘렸고 어려울 때는 대부분 급여로만 보수를 수령했다. 2022년 이 회장의 보수는 38억8700만원에 달했다. 급여 24억5400만원에 상여 14억3300만원이 붙었다. 2021년 호실적 덕분이었다. 그해 영업이익은 1794억원이었다. 이듬해 214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실적이 갈린 셈이다.
2022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이 회장의 보수는 급여 정도만 받는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영업적자가 지속되는데도 급여 삭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회장의 보수는 2023년 24억5600만원에서 28억47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 2024년 각각 623억원, 599억원의 영업손실이 이어졌는데 보수는 4억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업황 부진에도 대주주로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 관점에서도 대주주 희생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2022년 각각 185억원, 216억원에 달했던 대한유화의 배당금 지급액은 2023년~2025년 연간 62억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부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급 지급액은 2023년부터 변동이 없다.
소액주주를 위한 주주환원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거꾸로 뒤집으면 결국 순손실에도 배당을 감행하면서 이 회장 일가가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대한유화 개인 지분은 2.55%에 불과하지만 그는 대한유화 최대주주 KPICC 지분 89%를 소유하고 있다.
우선 대한유화의 배당으로 이 회장은 개인지분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받게 된다. 나아가 KPICC는 대한유화에서 받은 배당금으로 현금흐름 일부를 창출한다. KPICC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47억원씩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이 회장은 이중 지분에 따라 연간 42억원을 수령하고 있다. 최근 5년 210억원이다. 비상장기업 KPICC가 이 회장의 현금 창구로 불리는 이유다. 핵심 계열사 대한유화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이 회장은 희생 없이 대규모 배당을 이어간 것이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석유화학 대주주 책임에 관한 물음에 "계획한 부분이 없다"며 "주주환원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15%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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