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NCC 최대 370만톤(t)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통폐합을 둘러싼 기업 사이의 이합집산이 예상된다. 여천NCC에서 수십년 동안 4조원을 배당으로 받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비판을 받으며 대주주 책임론도 불거졌다. 정부는 대주주와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업의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딜사이트는 대주주 배당, 오너 보수 등을 잣대로 석화 사업재편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책임경영을 들여다본다.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위기에 놓인 여천NCC를 놓고 대주주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자금 지원을 둘러싼 금융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이뤄진 공동 대주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의 3000억원 자금 대여가 출자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여의 경우 여천NCC가 갚아야 하는 돈으로 부채비율 상승을 부채질한다. 반면 출자의 경우 부채비율 하락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으로 자금 운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결국 지분 50%씩 나눠 들고 있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두 기업의 상황은 조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DL케미칼은 비상장사로 DL그룹 지주회사 DL(89%)과 특수관계인 대림(11%)이 지분 100%를 소유해 의사결정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경우 상장사인데다 99%의 소액주주가 지분 55%가량을 쥐고 있는 점이 변수다. 여천NCC가 누적 1조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고 업황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자를 강행하면 한화솔루션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소액주주가 배임을 주장할 여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올해 5000억원을 여천NCC에 지원했다. 지난 3월 1000억원씩 지원했고 지난 7월 1500억원씩 지원했다. 방식은 달랐다. 지난 3월 출자 방식으로 실탄을 직접 쐈다.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31%에서 주주배정 증자에 힘입어 281%로 하락했다. 직접 자본이 투입되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7월에는 대여금 방식의 지원이었다. 대여금은 여천NCC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힌다. 여천NCC는 또 대여에 따른 이자비용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지급해야 한다. 여천NCC의 6월 말 338%의 부채비율은 금전대여로 약 380%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3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대여 방식이 아닌 출자였다면 여천NCC 부채비율은 약 236%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원 방식에 따라 부채비율이 150%포인트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 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여천NCC의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대여금 출자 전환을 언급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그동안 배당으로 이익을 누렸다면 어려울 때 직접 지원에 나서라는 의미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여천NCC 배당총액은 3조1400억원이었다. 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1조5500억원씩 지급받은 것과 같다. 두 공동 대주주는 배당금에만 눈독들인 반면 연구개발 투자에는 소홀했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2019~2021년 연간 기준 매출 대비 0.1%만 연구비에 썼다. 석화 구조조정 국면에서 대주주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두 공동 대주주의 재무상태가 여의치 않은 것은 관건이다. 한화솔루션의 3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11조9770억원에 달했다. 2021년 말 4조6000억원에서 불어난 것이다. 신용평가사에서는 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을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상장사로 소액주주 눈치도 살펴야 한다. 상법 개정으로 정부의 주주보호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93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에 보유 현금을 투입하는 데 대한 주주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DL케미칼의 경우 비상장사인데다 그룹 지주사 DL과 대림이 지분 100%를 쥐고 있어 한화솔루션보다 의사 결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다. 다만 재무상태는 한화솔루션만큼 좋지 않다. DL케미칼의 3월 말 순차입금은 4조5894억원이다. 부채비율의 경우 355%에 달할 만큼 높다.
결국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오너일가 사이의 빅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의지다. 김 부회장의 경우 한화에너지와 한화를 통해 한화솔루션을 소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 최대주주가 김 부회장이다.
대여금 출자 전환에 관한 두 기업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DL 관계자는 "주주사 대여금에 관한 출자전환도 고려하고 있고 여천NCC 자구계획안에 이를 반영해 검토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도 협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화 쪽은 "산업은행에서는 아직까지 출자전환을 요구한 적 없다"며 "다만 출자전환을 포함한 구조개편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여천NCC를 잘 아는 관계자는 "여천NCC 생존을 위해서는 대주주의 직접 출자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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