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문했지만 자율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관련 대기업들이 꽁무니를 빼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와 같은 정부의 헤게모니가 나오지 않자 대기업들은 서로 손실회피에 치중하면서 산업 경쟁력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GS칼텍스에 선제적으로 제시한 여수 산업단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빅딜은 과거 계열분리한 GS 측이 몇가지 이유로 답을 피하면서 지연되고 있다. LG화학의 NCC 설비를 GS칼텍스에 매각하고 양사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이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해당 거래가 성사될 경우 LG와 GS는 20여 년 만에 다시 계열 관계를 맺게 된다. GS칼텍스의 전신은 1967년 과거 럭키금성그룹이 미국 쉐브론의 자회사인 칼텍스와 합작 설립한 호남정유다. 이후 1996년 LG칼텍스로 사명을 바꿨으며 2004년 LG와 GS가 계열 분리를 하면서 GS칼텍스가 됐다. 현재 GS칼텍스는 쉐브론과 GS에너지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LG화학이 빅딜을 제안한 지 두 달여 기간이 흘렀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일단 GS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이미 업황이 침체된 NCC 설비를 떠안는 점이 우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에 GS칼텍스가 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분 절반을 보유한 미국 쉐브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GS로서는 내세울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여수 산단 내 유일한 정유사인 GS칼텍스가 LG화학의 제안을 급하게 검토할 유인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 기업은 원재료인 나프타와 에틸렌의 가격 차이(스프레드)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제시한 이후 석화 기업들이 도출한 최적의 방법은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는 정유 기업과의 수직 계열화다. GS칼텍스가 구조조정 논의에서 협상 우위에 있는 만큼 LG의 추가적인 양보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GS에 수직계열화 방안을 제시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GS칼텍스의 경우 여수산업단지 내에 유일한 정유사인 만큼 구조조정 통폐합 협상이 우위에 있는 위치"라고 말했다.
여천NCC의 경우에도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롯데케미칼과의 통폐합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국내 에틸렌 생산량 기준 2·3위 기업이다. 이에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기업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여천NCC의 복잡한 내부사정이 통폐합 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수천억원대 적자를 이어오는 여천NCC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이번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반기를 들기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정부와 맞상대해야 하는 방위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DL케미칼은 부채비율이 300%를 훌쩍 넘은 만큼 내부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채무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생 가능성이 불확실한 여천NCC는 후순위에 머물고 있다. 양사 모두 여천NCC의 구조조정을 통한 자생력 확보에는 동의하지만 우선 순위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