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정부와 금융권이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 방안 논의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태광산업은 상대적으로 비켜 있는 모습이다. 태광산업은 울산공장에서 PTA(고순도 테라프탈산)와 AN(아크릴로니트릴)을 생산하며, 범용제품보다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높이는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 계열과 연결되지 않은 독립형 체제 탓에, 정유·화학 통합 중심으로 짜이는 구조조정 구도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과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NCC·에틸렌 생산 중심의 대형 정유·화학 계열사들이 우선순위에 놓이고 NCC를 보유하지 않은 중견사들은 정책 지원의 변두리에 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삼일PwC 경영연구원 보고서 '위기의 K-석유화학, 팀 코리아로 돌파하라'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유·화학 계열 대기업 중심의 통합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범용제품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며, 생산 기업을 1~2곳으로 통합하고 비효율 설비는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가 지목한 중심축은 정유, NCC(나프타 분해시설)를 보유한 대기업들이다. 반면 태광산업처럼 PDH 기반의 독립형 중견사는 수직 통합망에서 벗어나 있어 정책적 통합 구도에서 존재감이 작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태광산업은 PDH 설비가 없으며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지 않는다. PTA, AN 중심 사업구조다. 프로필렌을 AN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탈피해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처럼 자체 NCC를 통한 원료 내재화가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프로판 등 원료를 조달해야 해 가격 변동에 직접 노출된다. 정유사와 연계된 수직계열 구조가 없는 만큼, 정부·금융권이 구상하는 통합형 구조조정 시나리오의 직접적 수혜 대상이 되긴 어렵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현재 논의되는 구조조정은 NCC 설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참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지난 1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화학(프로필렌·PP 등 범용제품)과 섬유 중심의 양대 체제가 지속돼 왔으며, 주력 제품 구조도 동일하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프로필렌을 원료로 하는 AN(아크릴로니트릴) 제품 비중을 늘리고, PTA(고순도 테라프탈산) 등 스페셜티 품목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애경산업 인수를 통한 K-뷰티 시장 진출과 부동산 개발 등 신규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료 공동조달 또는 협업 가능성에 대해선 "효과는 분명하지만 대부분 국내 공급망을 통해 조달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정유사 중심 지원책이란 평가에는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체에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변화 노력이 없는 기업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이미 명확히 낸 만큼, 최근 수년간 포트폴리오 변동이 거의 없는 기업들은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원책은 에틸렌 기반 NCC 보유 대형 정유·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이 가장 심화된 구역이 그쪽인 만큼 정부도 우선순위를 NCC 보유 기업에 두고 있다. PDH 기반 중견사는 구조상 지원 혜택에서 비껴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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