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복귀를 두고 태광그룹과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태광은 이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복귀가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트러스톤은 오히려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태광의 조심스러운 입장은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혹시 모를 책임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태광은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시점을 최적의 복귀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이다. 하지만 트러스톤은 반복되는 사법리스크의 완전한 해소 시점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등기임원으로 올려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은 지난 3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공식 요구했다. 2021년 태광산업 지분 5.01%를 매입한 지 4년 만이었다. 트러스톤은 이 전 회장을 태광산업의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태광산업에 정식 요청했다. 현재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비상근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러스톤의 논리는 명확하다. 이 전 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서 법적인 책임은 피하면서도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등기임원에 올라 차라리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등기이사는 의사결정을 논의하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주요 결정에 따른 문제가 생기면 법적 책임을 진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ESG운용부문 대표(부사장)는 당시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2월 배임 혐의 등 법정공방 및 건강문제로 태광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2011년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2019년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으며, 2023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로 인해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태광은 트러스톤의 요구에도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다시 일축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등기임원 복귀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고 트러스톤이 제안한 비상근 기타비상무이사로의 복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타비상무이사는 비상근이지만 이사회 멤버로 이사회 의결에만 참여한다.
예상 밖의 강경한 태도였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태광산업이 트러스톤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3명의 사내·외이사 후보를 수용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내부적으로도 이 전 회장의 복귀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데다, 실제로 꾸준히 경영 일선 복귀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강경 대응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태광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있다. 법적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를 강행할 경우 기업 이미지와 경영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회장은 여러 법적 의혹에 휘말려 있다. 지난 7월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 지분을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2000억원의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2023년 4월에는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하도록 지시해 1000억원대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이후에 복귀를 검토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이 경영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승계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후 회장직에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교환사채 발행, M&A(인수합병) 등 그룹을 둘러싼 주요 경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이 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정 부분 리스크가 해소된 뒤에야 복귀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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