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이세연 기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을 정조준했다. 양사 모두 프리미엄 제품에 AI 기능을 더한 가전 신제품으로 경쟁이 치열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5일(현지 시간)부터 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5'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스 역시 유럽 현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강화된 AI 역량을 내세우고, 이를 적용한 가전 신제품을 적극 홍보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최근 양사의 가전 사업 성과가 기대치에 못 미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LG전자의 주요 가전을 담당하는 HS본부는 가전 업황 부진 속에서도 외형 성장을 이뤘다. 매출 6조5944억원, 영업이익 4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5%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 내 핵심 축인 HS본부의 위상을 고려할 때, 보다 큰 폭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사업 확장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생활가전(DA) 사업부의 실적을 합산해서 공지하는데, 올 상반기 기준 이들의 영업이익은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DA 사업부는 지난해부터 자사 히트 브랜드인 '비스포크'에 AI를 입히는 등 신규 수요 창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사가 IFA 2025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성장 전환점이 요구되는 시기에 열리는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두 이번 전시에서 AI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유럽은 경제력이 높아 두 회사가 강점을 보이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은 편이나, 밀레·보쉬 등 현지 기업들의 입지가 탄탄해 단순 제품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로 AI를 선택한 것이다.
올해 전시 주제로 LG전자는 'LG AI 가전의 오케스트라'를, 삼성전자는 '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를 각각 내세웠다. 서로 다른 주제만큼 부스 분위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먼저 LG전자는 AI 가전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면서도, 지휘자 격인 'LG 씽큐 온'이 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융합하는 모습을 홍보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전시장 한편에는 실제 집처럼 꾸민 부스를 마련해 모델이 'LG 씽큐 온'을 통해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모델이 도어락을 열고 들어오면 AI가 이를 감지해 조명을 키고, 냉장고 속 재료를 기반으로 메뉴를 추천하는 식이었다. 또 조리 시간 동안 휴식하고자 소파에 앉은 모델을 위해 편안한 음악을 재생했고,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자마자 오염도를 분석해 추천 세탁 코스를 안내하는 등 일상을 아우르는 AI 활용 사례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설계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눈에 띄었던 전시는 빌트인 스타일의 '핏 앤 맥스' 냉장고 체험존이었다. 유럽 시장은 보통 주거 공간이 좁은 편인데, 이 한정된 공간을 낭비 없이 사용하는 컨셉으로 기획됐다. IFA 개막 하루 전인 4일(현지 시간) 프리부스에서 LG전자 관계자는 핏앤맥스존에서 "냉장고가 벽과 붙어 있는 구조다보니 문을 열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프렌치도어임에도 불구하고 110도까지 열 수 있다"며 "모두 AI를 기반으로 설계를 진행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제품 하나하나를 부각하고, 각 제품에 적용된 AI 기능도 별도로 강조하는 방식으로 부스를 꾸렸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로 50m 규모의 대형 디지털 파사드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여기에는 냉장고, TV 등 주요 제품 이미지를 하나씩 띄우며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듯한 미디어아트가 송출됐다. 많은 관람객들이 웅장한 분위기에 압도돼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지켜보거나 동영상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디지털 파사드를 지나자 작은 스테이지에서 '삼성 AI 홈'을 주제로 한 스크린 영상이 상영됐다. 전날 김철기 생활가전(DA) 사업부장 부사장이 프레스컨퍼런스를 통해 말했던 4가지 키워드 ▲Ease(편의) ▲Care(돌봄) ▲Save(절약) ▲Secure(보안)를 크게 띄우며 다시금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Care' 키워드를 앞세웠다. 삼성전자는 전시장 곳곳에 'Self Care-Healthy Food(셀프 케어-건강한 식생활)', 'Self Care-Good Sleep(양질의 수면)', 'Family Care & Pet Care(가족&반려동물 케어)'라는 이름의 부스를 여럿 설치했다. AI가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거나, 따로 거주하는 고령 가족의 생활 패턴을 감지하는 기능 등을 소개했다. 오래전부터 개인화와 핵가족화가 자리 잡은 유럽 시장 특성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관람객들이 자사 AI 기능을 쉽게 체감할 수 있게끔 부스 곳곳에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비전AI' 존에서는 삼성전자 TV에 탑재된 AI 기능을 세분화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에 나섰다. 실시간으로 영상 내용이 번역되는 'Live Translate', 음질을 업스케일링해 최적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AI Sound' 등 주요 기능들이 벽면마다 소개됐다. 또 이번 TV 신제품이기도 한 '마이크로 RGB TV'의 핵심 기술인 마이크로 RGB를 기존 LED·미니 LED와 비교해 보여주는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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