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이세연 기자] "스마트폰을 태깅해 도어락을 열자, 집 안이 순식간에 내 취향에 맞는 환경으로 변했다. AI는 밝고 시원한 공간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조명을 켜 조도를 조절하고, 에어컨을 가동했다. 다목적실 TV 앞에 앉으니 조명이 은은하게 어두워지고 커튼이 자동으로 닫혔다. 이후 침실로 이동해 AI CCTV로 보안 상태를 확인하고 잠에 들었다."(삼성전자 관계자)
지난 8일(현지 시간) 방문한 삼성전자의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 체험관에서 그려본 하루의 풍경이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5'에서 메쎄 베를린 건물 외부에 66평 규모 일반 주택 형태의 모듈러 하우스를 마련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보안 ▲IoT(사물인터넷) ▲엔터테인먼트 ▲넷 제로 에너지 ▲수면 ▲스마트싱스 프로 등 여섯 가지 콘셉트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들어가 보니 일반 주택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오히려 현관·거실·방 등 공간별 특성을 살려 설계돼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고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집이 하루 만에 조립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IFA에 전시된 모듈러 주택은 충남 천안 공장에서 일주일만에 제작됐고, 실제 현장에서 조립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하루였다.
박찬우 삼성전자 B2B통합오퍼링센터 팀장(부사장)은 "스마트 모듈러 주택은 대량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집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거대한 전자 제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집안 곳곳에 AI 기능이 통합돼 유기적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유럽은 기후 여건이 좋지 않고 인건비도 높아 모듈러 주택 비중이 이미 30~40%에 달한다"며 "앞으로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가전과 기기도 모두 개인 맞춤형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TV 앞에 서자 '브리프(Brief)' 화면이 뜨며 내가 즐겨보는 뉴스 콘텐츠뿐 아니라 부재 중 도착한 택배 등 생활 정보까지 한눈에 보여줬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경우라면 펫의 하루 생활 패턴까지 정리해주는 식이다. 박 부사장은 "이 집의 중심은 비스포크 AI 가전"이라며 "적응형 AI 기술, 스마트 인지 경험, 강력한 보안 솔루션 등을 담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처럼 연동된 가전들을 전체 모듈러 주택 가격의 약 10%만 추가하면 함께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 모듈러 주택을 머나먼 독일땅까지 실어온 배경에는 '저전력'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이 있다. 유럽은 전기세가 비싸, 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돼 있다.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에너지 피크타임'에는 요금이 더 비싸게 청구되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유럽 전력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현지 소비자들은 세탁기를 피크타임을 피해 돌리거나, 냉장고 온도를 실제 설정값보다 높여 사용하는 등 나름의 절약 습관을 갖고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모듈러 홈을 통해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사용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세웠다. 모듈러 주택에는 재생에너지, 배터리 저장 시스템 등 에너지 솔루션이 탑재돼 있으며, 이는 창고 공간에 빌트인으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환기장치(ERV)와 연결돼 있다.
유럽 내 에너지 기업들과 다양한 파트너십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모듈러 홈에서 에너지 생산·저장·사용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넷 제로홈'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부사장은 "이 단독 주택들을 기숙사 형태로 묶는 B2B 솔루션도 존재한다"며 "이 경우에는 주택 단지를 관리하는 운영 주체가 원격으로 모든 집의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투어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IFA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스마트싱스 프로 기반의 '안전 관리 솔루션'도 소개됐다. B2B 수요를 겨냥한 'AI 비즈니스 솔루션' 존으로 이동하자, 사무실 형태로 꾸며진 부스에 스마트워치·스마트폰·태블릿·TV 등이 배치돼 있었다. 모두 일제히 스마트싱스 프로의 'AI 오피스' 화면을 띄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긴급 구조 알림' '출입 제한 구역 알림', '낙상 알림' 등 하루 동안 발생한 사건·사고가 종합적으로 표시됐다.
현장에서는 시연도 이어졌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직원이 위험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에 들어서자, 관리실 TV 화면에 붉은색 경고창이 나타났다. 'SOS 호출 수신: 즉각적인 주의와 조치 필요'라는 문구와 함께 사고 발생 위치, 작업자 이름, 연락처 등이 표시돼 있었다. 박 부사장은 "공사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낙상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심박수·체온 이상이 감지되면 관리자와 동료에게 즉시 알림이 전송된다"라며 "스마트워치를 찬 노동자의 상태를 감지해 다른 기기와 실시간 연동까지 되는 시스템은 저희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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