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출범 17년 만에 간판을 내릴 전망이다. 국정기획위원회 원안대로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속도를 내면서 최근 청문회를 마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사실상 '마지막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청문회에서 불거진 '철거반장'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일 실무당정협의에서 세부안을 논의했으며, 7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한 금융감독위원회 출범 방안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위 칭찬 등 분위기로 볼 때 조직개편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국정위 원안대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국정위는 앞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한편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시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현실화하면서 금융위원장 인사의 의미도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억원 후보자의 지명은 단순한 수장 임명이 아니라 금융위 해체 직전의 마지막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청문회에서 "곧 없어질 조직의 수장을 검증하는 게 무슨 의미냐"는 야당의 질타가 쏟아지고 '철거반장' 논란이 제기된 배경이다.
정부가 새 수장을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가계대출 규제,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개편 국면을 관리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만큼 새 정권의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작용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해 정부, 여당의 의지와 달리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장 인사를 계속 미루거나 금융위가 곧 해체될 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이 후보자 지명은 금융위 원안 개편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직개편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금융당국 권력 구도는 크게 바뀌게 된다.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로, 감독은 새로 출범할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각각 흩어지며 3원 체제로 재편된다. 2008년 2월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합쳐 출범한 금융위는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만 개편안이 발표된 뒤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구조적 문제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떼어내는 방안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히려 보호 장치가 분절되면서 소비자 권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입법 절차도 험난하다. 정부조직법뿐만 아니라 금융위 설치법, 은행법 등 관련 법률을 손질해야 하고, 세부 시행령과 규정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실제 시행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이유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쟁점이 불거질 경우 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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