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올 초 새 통신대장주로 등극한 KT가 최근 주가 하방압력이 다방면으로 가해지면서 SK텔레콤과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에 따른 실적 둔화에도 고배당 기조 및 인공지능(AI) 다각 성과를 앞세워 기업가치 전반을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그룹사 시너지를 등에 업고 통신사 유일 '정부 소버린 AI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국내 최대 AI데이터센터(AIDC) 건립에도 본격 착수하면서 격차가 한층 좁혀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T는 그동안 적극적인 경영 효율화로 통신3사 중 가장 많은 현금성자산을 축적했지만, 김영섭 대표 연임 이슈 등으로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높게 점쳐지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SK텔레콤의 파죽지세를 막아설 요인이 부재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해킹 의심 정황 및 AI 성과 지연으로 주가 하방압력이 높아진 반면, '최대 라이벌' SK텔레콤은 AI 사업 다방면에서 약진을 이어가면서 양사 시가총액 격차가 지속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T는 지난해 대대적인 경영 효율화 영향으로 연간 주가가 28.4%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주가 상승률은 10.5%에 그쳤다. 이러한 영향으로 KT는 올 1월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을 22년 만에 추월하며 새 통신대장주에 올라섰다.
다만 SK텔레콤이 2021년 비(非)통신 영역을 SK스퀘어로 인적분할한 점을 고려하면, 시총 단순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KT는 부동산·금융 등 고수익·비통신 사업군을 대거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주가는 시가총액 등 기업가치 평가기준를 좌우하는 1차 지표로, 주주환원 및 사업투자 등 기업활동 전반이 실시간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앞서 KT는 올 상반기 주가 부문에서도 SK텔레콤을 추월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KT는 올 7월 초까지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다 7월 중순에 접어들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4월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저점을 찍고 6월10일을 기점으로 상승세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등락을 겪었지만, 주가 낙폭은 KT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 4일 종가 기준 KT 주가는 7월 초 대비 7.7% 하락한 반면, SK텔레콤 주가 하락률은 같은 기간 4%대를 기록했다.
KT는 당분간 주가 약세에서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글로벌 해킹 전문지 '프랙'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확보한 유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T와 LG유플러스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침해사고로 규정할 만한 흔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투심이 한층 위축된 모양새다.
이러한 추이는 최근 'AI 성과'와도 맞물려 한층 장기화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KT는 올 2분기 기준 AI·IT 부문을 합친 매출이 3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기업 성장성과 직결되는 'AI 확장성' 측면에선 SK텔레콤 대비 아쉬운 수준이란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믿음 2.0' 기반 공공분야 수주를 일보 확보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수익 범위 및 지속 가능성이 낮은 수준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타 경쟁사 대비 그룹사 시너지가 부족한 만큼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출시일을 기존 2분기에서 하반기로 지연하는 등 일부 불협화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AI 협업 성과가 미뤄지면서 김영섭 대표가 이달 말 MS와의 협력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는 후문도 이어진다.
반면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AIDC 매출이 13.3% 성장하고 AI B2B 솔루션 관련 'AIX' 매출도 15.3% 늘어나는 등 다각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 비서 '에이닷' 누적 가입자(980만명)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며 본격적인 수익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에이닷 서비스 일부를 유료화해 B2C 부문에서도 '돈 버는 AI'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그룹사 시너지를 등에 업고 '정부 소버린 AI 프로젝트'에 통신사 유일 사업자로 선정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울산 AIDC' 건립에 나서는 등 기업 성장성을 다각 입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영상 대표 직속으로 'AI 혁신'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 조직은 이달부터 업무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설계하고, 각 부문에 특화한 에이전트 개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가 당장 유무선 부문에서 꾸준한 수익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장기 수익·성장 관건인 'AI 부문'에서 밀리면 주가 등 기업가치 지표도 지속 둔화할 것"이라며 "AI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묵직한 한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에게도 반등 기회는 충분하다. KT는 올 상반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을 3조7944억원 축적해 놓은 상태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보유 현금성자산 대비 50.2% 많은 규모다. 관건은 AI 신규투자 여부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G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한 상황 속 새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AI를 기반으로 추가 성장여력이 불어난 기업에 대한 매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김영섭 대표 연임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보수적 투자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한층 높게 점쳐지고 있다. 김 대표 임기 종료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투자 대비 성과가 지지부진한 'AI 투자'보단 당장 눈에 띄는 '재무 안정화'에 집중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이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로 재무부담이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 고배당 기조를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일회성 비용에 따른 영업이익 둔화에도 고배당 기조를 내비쳐온 점에 비춰볼 때, 주가가 일시 정체할 가능성이 다분한 셈이다. 다만 이 회사가 최근 회사채 발행 등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시 중단된 SK스토아 매각도 언제든 재개 가능한 만큼, '현금 여력이 부족해 고배당 기조를 포기할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KT로선 당장 SK텔레콤과의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있는 요인이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최근 사이버 침해사고 여파로 재무부담이 크게 불어나긴 했지만, 관련 일회성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성 전반이 양호하고 연간 현금창출력도 여전히 탄탄해 투자 매력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AI비서 부분 유료화를 첫 시도하는 등 통신업계에 미치는 선구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KT는 꽤 오랜 기간 이렇다할 AI 성과를 내지 못해 중장기 경쟁력 측면에서 다소 밀리는 형국이 이어진다"며 "전체 실적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부동산·금융 등 비(非)본업 매출 비중이 AI 매출 규모를 여전히 3배 이상 상회한다는 점은 기업 정체성 및 중장기 성장성 입증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 관련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통신 및 IT 사업 호조는 굳건한 상황"이라며 "AI 관련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 중인 상황 속, 올 3분기부터 자체개발 모델 및 글로벌 협업 기반으로 AI전환(AX) 사업을 본격 확대해 규모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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