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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티빙 합병 'NO맨' 전락…"대국적 행보 역행"
전한울 기자
2025.09.09 08:00:19
⑦KT, 전략적 투자·주주가치 강조…시장선 "골든타임 지나면 어차피 공멸"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9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사옥. (제공=KT)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티빙 2대 주주인 KT 측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주주가치 보호' 명분을 내세우면서 웨이브와의 합병 움직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병 키를 쥔 KT 측이 반대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K-OTT' 부흥을 노리는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플랫폼과의 격차가 지속 벌어지는 만큼, 늦은 결단은 곧 토종 OTT 성장 저해'라는 날 선 비판도 제기된다. 글로벌 OTT 대명사인 넷플릭스가 대약진을 이어가는 상황 속, '합병 골든타임을 놓치면 공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웨이브 합병을 두고 티빙 2대주주인 KT와 1대주주인 CJ ENM측의 의견이 계속 엇갈리면서 감정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티빙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CJ ENM과 KT 사이에 이렇다할 논의나 진척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2대주주인 KT가 콘텐츠·플랫폼 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KT가 '합병 찬성'으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교착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 정부가 다각 지원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합병 관건은 역시나 KT의 찬성 여부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OTT 관련 행사에 참석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으로부터 '합병은 언제쯤 되냐'는 질문이 직접 들어올 정도로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복잡한 주주관계 속 높은 영향력을 유지 중인 KT가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CJ ENM 측도 쉽사리 합병을 성사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토종 OTT 산업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발 빠른 대국적 결단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팽배해지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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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은 이미 9부 능선을 넘어섰다.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임원겸임 방식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다. 합병 최대 관건 중 하나인 제도·법률적 검토를 마친 셈이다. 이후 웨이브는 티빙 대주주인 CJ ENM 출신 인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CJ ENM은 500억원 규모의 웨이브 전환사채를 간접 인수하는 등 합병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양사 콘텐츠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경영 일원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이 기간동안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성과도 이어졌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7월말 기준 MAU가 749만4340명으로, 4월말 대비 15.3%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외 OTT 플랫폼을 통틀어 가장 높은 성장률로, 올 상반기 티빙의 JTBC 콘텐츠와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가 본격 결합한 결과로 풀이된다. 추후 양사 합병시 국내시장 점유율은 30%대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시장 점유율이 40%대에 육박하는 넷플릭스와도 경쟁이 가능한 규모로 평가된다.


이처럼 양사 합병 시너지가 일부 가시화됐지만, 주주간 입장 차는 여전하다. 지배구조보다 경영·서비스적 변화가 앞서는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당초 양사의 복잡한 지분구조는 합병 과정간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티빙 주주는 ▲CJ ENM(48.85%) ▲KT스튜디오지니(13.54%)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4%) ▲SLL중앙(12.74%) ▲네이버(10.66%)로, 다방면의 기업들이 모여있다. 웨이브 주주 역시 ▲SK스퀘어(40.52%) ▲KBS(19.83%) ▲MBC(19.83%) ▲SBS(19.83%)로 지상파 3사가 한 데 모여있어 합치에 어려움이 전망됐지만, 예상 외로 일찍이 합의안을 도출하며 합병 움직임에 탄력을 불어넣은 바 있다.


마지막 관건은 티빙 2대주주인 KT의 찬성 여부다. KT는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양사 합병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앞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올 상반기 열린 '그룹 미디어토크' 기자간담회에서 "웨이브가 최근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KT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미디업 사업 전반의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자로, 기존 사업협력에 대한 의지나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지상파 3사는 기존 '웨이브 독점공급' 기조에서 'OTT 공급확대'로 시장 전략을 변경하면서, '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질 것'이란 시장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OTT 통합 시너지가 본격화되면, KT로선 IPTV 사업군이 직접적인 OTT 영향권에 들어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KT IPTV 부문은 매년 가입자 및 매출 순증세를 이어가며 전체 실적 기여도를 높여가고 있다. 만일 티빙·웨이브 합병으로 OTT 가입자 전반이 늘어나게 되면, 관련 증가분 만큼 IPTV 이용자 규모는 한층 쪼그라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이 국내 1위 OTT 사업자 지위를 굳힌 배경에는 KT OTT '시즌' 흡수합병도 일부 기여한 만큼, KT로선 최대 경쟁사 중 하나인 SK와 연계된 합병 움직임 자체가 탐탁진 않을 것"이라며 "티빙 2대주주라 해도 지분율이 10% 초반대에 불과하고 미디어 사업 중추 역할을 도맡아 온 IPTV는 업황 둔화가 이어지는 만큼, 웨이브와의 합병이 전반적으로 '밑지는 장사'란 인식이 팽배해진 모양새"라고 말했다.


KT 상반기 주요 재무지표. (그래픽=신규섭 기자)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단기 수익이 아닌 중장기 성장성을 중심에 두고 대국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가 연간 20조원대의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는 상황 속, 규모의 경제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토종 OTT도 빠르게 몸집을 불려 K-콘텐츠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영 기조엔 이견이 없지만, 티빙·웨이브 합병은 단순 개별기업 결합을 넘어 토종 OTT 산업의 생사를 가늠하는 초대형 이슈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KT가 내세우는 반대 사유에는 명분이 다소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IPTV 업황 둔화가 이미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디어 시장 트렌드가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추이인 만큼, 전방위적인 OTT 성장을 도모해 기업 성장성과 연계해야 한다"며 "KT의 반대 기조가 장기화할수록 공멸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K-콘텐츠가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선 국산 OTT와의 시너지를 한층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OTT 플랫폼이 CJ ENM 등 콘텐츠 기업 역량을 확산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도맡아 토종 미디어 산업 상생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내다봤다.


학계에서도 티빙·웨이브 합병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대학 학장(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한국 OTT 산업이 개별 플랫폼 단위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콘텐츠 제작·유통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T가 주주가치를 우선시한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으나, OTT 산업은 기술·콘텐츠·플랫폼이 융합되는 미래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보다는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더 큰 고려 요인이 돼야 한다"며 "합병이 무산될 경우 국내 OTT 시장 분열이 장기화되고 콘텐츠 제작사 및 투자자의 시장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등 여러 부정적 파급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KT는 유료방송 부문 및 티빙 주주가치 등을 종합 검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을 비롯해,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 지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하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들어 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과학기술 및 인공지능(AI) 분야를 아우르는 '과학기술부총리'직을 신설한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총집결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새로 출범한다. 이처럼 유망 AI·미디어 산업 부흥을 위해 거버넌스 체계 전반을 강화함에 따라, OTT 산업에도 지원 사격이 한층 고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종 OTT 지원'을 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를 통합하려는 점은 관련 산업군에 있어 매우 크고 유의미한 변화"라며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OTT 산업 뿐만 아니라 AI, 5G, 미디어 융합 산업 전반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토종 OTT 산업과 관련해선 합병 및 M&A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주고, 콘텐츠 제작 투자 지원이나 글로벌 전략 수립 등 직·간접적 지원사격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 밖에 AI 기반 콘텐츠 추천 및 보안 기술 등 연구개발 지원을 이어가며 글로벌화 수준으로 중장기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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