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가 통신·정보기술(IT) 사업 호조 및 경영 효율화에 힘입어 수익·재무 지표를 대폭 개선하면서 시장 호응을 끌어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재무체력을 끌어올려 중장기 투자 레이스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장 이렇다할 신규투자 및 수익구조 청사진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성장성 입증에 애를 먹고 있는 모양새다. 신사업 전환 핵심인 인공지능(AI) 부문 매출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그치는 상황 속, 경쟁사들의 신규투자 및 성과가 빠르게 이어지면서 KT 역시 중장기 수익성을 속히 입증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KT는 올 3분기 글로벌 빅테크 협력 성과 등을 속속 가시화하며 AI전환(AX) 사업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재무 안정화 부문에 방점을 찍는 상황 속, 'AI 신규투자 및 수익구조를 한층 세부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KT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재무통'인 김영섭 대표가 KT에서도 재무 개선에 특화된 행보를 보여왔으나, 최근 정권교체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AI 사업·기술적 성과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쟁사들은 AI 청사진에 그룹사들과의 기술적 시너지를 적극 반영하는 반면, 자체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는 KT는 MS 인프라에 기댄 사업·수익 구조를 내세우고 있다"며 "다만 '이러한 구조에 치우치면 자칫 외산 인프라 공급자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KT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클라우드 등 유망 산업군에서 5년 동안 2조4000억원 규모의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양사 협력에 기반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및 '한국형 AI 모델'을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까지 국내 AI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가는 점을 고려하면, 뒤늦은 참전이 한층 뼈 아플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AI 비서 '에이닷'을, LG유플러스는 통화 AI 앱 '익시오'를 앞세워 최대 수백만명의 고객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투자 대비 성과가 경쟁사보다 다소 미미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경쟁사들이 그룹사 기술·인프라를 등에 업고 AI 모델을 넘어 '초거대 AIDC' 구축에 집중투자 중인 상황 속, KT는 당장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된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대비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겐 '한국형 AI' 맞춤 연구·사업이 불가피하다"며 "이미 여러 기업이 AI B2B·B2C 부문에서 빠르게 치고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는 '데이터센터' 부문도 시장 경쟁이 과열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룹 내 데이터센터 사업을 운영하는 KT클라우드는 그동안 전국 16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1위' 입지를 지켜왔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최근 'AI 맞춤 데이터센터' 구축 투자를 대거 늘리면서 새판짜기에 들어간 상태다.
일례로 경쟁사인 SK텔레콤은 최근 '울산 AI데이터센터(AIDC)'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 신호탄을 날렸다. 이 데이터센터는 그룹사 시너지를 등에 업고 ▲AI 컴퓨팅 특화 구조·시스템 ▲초고집적 랙 밀도 등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SK그룹도 울산 AIDC를 ▲에너지 ▲정보통신 ▲반도체에 이은 4번째 퀀텀점프 계기로 삼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유플러스도 최근 파주 AIDC 구축에 6100여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AI 붐에 따라 급증하는 고객 수요를 끌어오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AI 관련 매출 비중이 지지부진한 상황 속, 신사업 수익성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셈이다. KT는 올 2분기 기준 영업이익 46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0.6% 급증했다. 다만 같은 기간 별도기준 AI 및 IT 사업 매출(3176억원) 성장률은 13.8%에 그쳤다. 이는 별도기준 매출의 6.7%에 불과한 수치다.
이 같은 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KT는 최근 'AI 성과 가시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대표는 이달 말 MS와의 협력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는 MS 협력에 기반해 올 2분기 말 출시 예정이던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하반기로 미뤄 선보이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는 올 상반기 정부 소버린 AI 사업에서 탈락하는 등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 배경에 '높은 MS 협력 비중이 자리한다'는 후문도 있는 만큼, 올 하반기 MS 협력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 AI 시장에 유수의 국내외 기업이 일찍이 자리 잡은 만큼, 혁신적 기능·기술 없인 시장 수요를 파격적으로 끌어오는 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MS 파트너십 및 팔란티어 솔루션 공급 등을 통해 부족한 역량을 채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올 3분기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및 '한국형 챗 GPT'를 공개하고 AX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목표다. 그 일환으로 자체개발 거대언어모델(LLM)인 '믿음 2.0' 역시 성능·기능적 개선을 이어가고, 네트워크·미디어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등 AI 활용범위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올 2분기 다양한 AX플랫폼 수익이 포함된 AI 및 IT 매출이 13.8% 증가하는 등 유의미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독자 개발한 LLM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올 3분기부터 AX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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