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DL이앤씨의 자회사인 DL건설 시공현장에서 추락 사망사고가 일어나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두고 최고 수준의 징계인 건설면허 취소를 언급한 직후 추가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특히 사망사고를 일으킨 DL건설과 모회사인 DL이앤씨가 2023년에야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주요 10대 건설사들이 2021년 말 혹은 2022년 초에 일제히 CSO를 선임해 안전경영 강화에 힘을 쏟았던 것과 비교하면, DL이앤씨 및 DL건설이 안전경영 강화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읽힐 수 있어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L건설이 시공하는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8일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건설 사망사고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강경대응을 예고한지 이틀만이었다. 이 대통령은 DL건설 사망사고를 보고받은 후 모든 산재사고를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DL건설은 전국 시공현장 작업중단을 결정하고 안전관리 체계 점검에 돌입했다. DL이앤씨 역시 DL건설의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 선제적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공사를 재개했다. DL이앤씨가 DL건실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만큼 두 건설사의 안전관리 실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L이앤씨와 자회사 DL건설의 CSO 선임 시점이 주요 10대 건설사 대비 무려 2년가량 늦었던 만큼, 안전경영 강화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CSO는 안전보건체계와 관련해서는 CEO(최고경영자) 바로 다음의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모든 사항을 관리하고 총괄한다. 안전보건 담당 조직을 확충하고 담당 분야를 세분화·전문화하여 '안전'을 전담하는 독립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CSO의 역할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하에서는 사업장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을 때 CEO와 CSO 모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CSO 선임을 통한 안전관리체계 구축은 안전 관리의 핵심이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가운데 DL이앤씨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CSO를 선임하고 관련 조직을 정비하는 등 안전경영 강화 기조를 보였었다.
국토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DL이앤씨는 종합 3위에, DL건설은 종합 12위에 올랐었다. DL이앤씨 외에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는 ▲삼성물산(1위) ▲현대건설(2위) ▲포스코이앤씨(4위) ▲GS건설(5위) ▲대우건설(6위) ▲현대엔지니어링(7위) ▲롯데건설(8위) ▲SK에코플랜트(9위) ▲HDC현대산업개발(10위) 등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장급 임원을, 삼성물산은 부사장을 CSO로 선임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전무,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은 상무에게 CSO를 맡겼다.
반면 DL이앤씨는 2022년 초에 '안전지원센터 센터장'을 신설해 전문임원을 그 자리에 앉혔고, DL건설 역시 '안전보건지원' 담당임원을 선임하는데 그쳤다. DL이앤씨와 DL건설이 별도로 CSO를 선임한 시기는 중대재해법 시행 2년여 뒤인 2023년 말이다.
문제는 DL이앤씨에 CSO가 부재했던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약 2년간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기간 무려 7건의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계속되는 사망사고에 DL이앤씨는 2023년 12월 최고경영자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단일 CSO 체계를 도입해 안전보건 조직을 개편했다. 안전보건체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CSO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총괄 관리 및 최종 의사 결정권을 부여했으며, 기존 안전지원센터는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하고 전사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CSO 임명 및 조직개편 등 안전경영 체계 재정비 직후인 2024년에는 사망자가 1명으로 크게 줄었는데, 이는 CSO 부재로 인해 안전체계 공백이 드러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CSO는 단순히 안전담당 임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안전보건 문화를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건설업의 특성상 산업재해와 맞닿아 있는 만큼 CSO 선임은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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