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지난 5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 VD 사업부가 칩 개발 엔지니어에게 반도체(DS) 부서 발령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VD 사업부는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이번 비상경영 체제가 일부 인력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초기 전망과 달리 예상보다 폭넓은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엔지니어가 반도체 사업부 전배 제안을 받으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VD 사업부의 비상경영 체제가 고강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DS) 사업부로의 전환 배치도 검토되고 있다. TV를 설계하던 인력들에게 갑자기 반도체 패키징 등의 작업을 하라고 하니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VD 사업부는 TV 사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 5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업부 인력을 대상으로 수시평가를 강화하고, 조직 개편을 위한 개별 면담에 들어가는 등 관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인력 개편이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로서는 적잖은 인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기존 직무와 연관성이 낮은 조직에 보내는 등 조직 개편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TV 칩 개발 프로젝트가 종료된 일부 엔지니어에게 업무 연관성 등을 고려해 DS 부서 발령을 제안한 것이며 이는 비상경영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VD 사업부 내에서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조치를 단행하는 배경에는 TV 사업의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중국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과 더딘 TV 시장 수요 회복으로 인해 VD 사업부 실적이 악화된 바 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VD·DA(생활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약 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5000억원)보다 40%가량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VD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21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113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TCL·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체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점을 두고자 TV 고급화, 대형화를 추진하며 스펙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녹록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TV 출하량 기준으로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주요 TV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31.3%로, 삼성전자·LG전자(28.4%)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단가까지 상승하니 원가 부담 역시 가중되는 상황이다. 패널은 TV 전체 원가의 30~40%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다. LCD 패널 시장은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대형 LCD 공장을 중국 CSOT에 매각한 이후 중국 업체들의 주도권 아래 놓이게 됐다. 이에 국내 TV 제조사들은 자연히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다.
OLED 패널의 경우 원가 구조 자체가 LCD 대비 높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DX부문의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은 7조5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 증가했다. TV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TV가 가전보다 마진이 낮은 구조인 반면, 삼성전자는 TV의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하지만 패널 매입액이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의 TV 마진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TV 사업에서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탓에, 반도체·모바일 등 회사 내 핵심 사업과 비교해 사업부 간 위상 차이가 뚜렷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VD 부서 발령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사업부 가운데 사실상 VD·DA 사업부가 가장 열위에 있다는 평가"라며 "이들 사업부로 발령나면 실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른 사업부로 이동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차이도 큰 이유지만, 무엇보다 회사 차원에서 이들 사업부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아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일 삼성전자 사내망에 공지된 '목표달성 장려금'(TAI) 지급률에 따르면, VD사업부의 TAI 지급률은 월 기본급의 37.5%로, 지난해 50%보다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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