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에 본격 뒤어든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OLED 맥북 공급으로 인한 빈틈을 노려 아이패드에 패널 납품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8.6세대 OLED 투자에 뛰어든 BOE는 OLED 생산 기술 방식이 같은 아이패드 납품을 통해 OLED IT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기술력을 따라잡긴 힘들지만 애플의 아이패드에 OLED 패널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국내 기업의 OLED 주도권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이 낮은 원가로 인한 저가 공세를 펼치게 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애플 공급망 약화도 명약관화(明若觀火)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8.6세대 IT OLED에 투자를 진행 중인 BOE가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OLED 아이패드 물량을 일정 부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애플 OLED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BOE가 애플 아이폰보다는 아이패드에 OLED 패널을 먼저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첫 OLED 맥북에 패널 공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사이에 아이패드에서는 BOE 측에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BOE가 아이패드에 OLED 패널 공급을 추진하는 이유는 8세대 IT OLED 생산 방식이 OLED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TFT 방식이기 때문이다. LTPO는 LTPS에 일부 옥사이드를 결합한 방식으로, LTPS의 장점인 빠른 전자이동속도와 옥사이드 TFT의 낮은 누설 전류, 저전력 구동 특성을 결합한 기술이다.
앞선 관계자는 "BOE는 LTPO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아이패드용 패널부터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애플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BOE로부터 아이패드 패널을 공급받아 국내 기업에 패널 가격 하락 압박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LTPO 방식은 공정이 복잡해 투자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복잡한 공정과 높은 투자비는 제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BOE가 LTPO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옥사이드 TFT 양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을 확보하지 않은 채 투자에 나선 만큼 모바일 패널에도 활용되는 LTPO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노트북, 태블릿 등 IT제품과 아이폰 등 모바일 OLED에 적용되는 기술이 다르고 효율성이 떨어져 당장 모바일 패널 생산에 활용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BOE가 OLED 패널을 납품할 수 있는 곳은 태블릿, 노트북 등이다. 다만 노트북의 경우 중국 내수 시장에서 OLED를 채택할 만한 마땅한 세트사가 없다. 델(Dell), HP, 레노보(Lenovo)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6세대 IT OLED 라인에서 패널을 공급하고 있어 8세대에서도 주요 고객사가 될 확률이 높아 뚫기가 힘들다.
결국 업계에서는 BOE가 노려볼 수 있는 시장은 애플의 아이패드로 보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도 BOE가 아이패드 OLED 패널 공급사에 합류하면 패널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6세대 라인에서 아이패드 OLED 패널 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에 애플 입장에선 맥북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에 몰아주는 대신 아이패드 물량을 BOE와 LG디스플레이에 나눠 주면서 단가협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OE가 아이패드 납품이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OLED 맥북 프로 출시도 한 몫하고 있다. 애플은 2026년 말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 프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 기업들도 8.6세대 IT OLED에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기존 6세대(1.5m×1.8m)에서 8.6세대(2.25m×2.6m)급으로 확대해 태블릿, 모니터, 노트북 등 다양한 IT 제품용 OLED 양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첫 OLED 맥북의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이 맥북·아이맥 등에 탑재할 IT OLED로 요구하는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맥북을 염두에 두고 8.6세대 IT OLED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옥사이드 TFT는 전력 소모가 적고 대면적화에 유리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온다결정실리콘(LTPS)보다 전자이동속도가 느리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작하는 패널은 이를 대폭 개선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수량만으로도 OLED 맥북 프로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IT OLED에서 유리 기판 기준으로 월 1만5000장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노트북 패널로 활용되는 14.3인치 OLED 기준으로는 연 10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다. 애플은 연간 2500만대의 맥북을 생산하고 있는데, 업계는 OLED 맥북 프로 출하량을 연간 500만대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BOE가 OLED 패널을 아이패드에 납품하는 전제 조건은 8세대 IT OLED에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미 6세대 IT OLED 라인을 통해 지난해 OLED 아이패드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BOE는 아직 애플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도 BOE를 애플 공급망에 넣기 위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BOE 제품에 성능 문제가 없다면 8세대 대형 기판의 장점을 살려 더 저렴한 가격에 패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패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디스플레이 전문가를 통해 한국 기술을 중국에 넘겨주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6세대 라인에서 OLED 아이패드 물량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만큼 BOE에게 당장 기회가 돌아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특히 LTPO TFT는 아이패드 프로에만 활용될 뿐 아이패드 에어·미니에는 채택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굳이 8세대 라인에서 생산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이패드 프로에는 LTPO가 적용되고 있지만 굳이 아이패드 미니·에어까지 탑재되진 않을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6세대에서 양산하고 있는 물량만으로 충분히 수요를 맞출 수 있다. 6세대 라인으로 태블릿을 생산해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풀 옥사이드 TFT를 채택하더라도 전자이동속도를 LTPS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LTPO 기술을 굳이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초에 전자이동속도가 빠른 LTPO를 선호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옥사이드 TFT로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LTPO의 '최종 진화형'은 옥사이드 TFT다. 전자이동속도를 LTPS에 준할 정도로 끌어올리면 굳이 LTPO를 채택할 필요가 없다"며 "옥사이드 TFT는 8.5세대 이상에서 공정성이 증명됐는데, LTPS는 6세대에서만 (공정성이) 증명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LTPO로 8.6세대를 투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BOE는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투자했기에 LTPO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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