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확대가 주춤하자 새로운 먹거리로 PC와 모니터 패널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게이밍 수요 등이 늘어나면서 신규 시장으로 떠오르자 해당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도 해당 시장에 적극 진입하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8.6세대 OLED 투자가 마무리 된 후 애플 납품이 어려워질 경우 기존 PC, 모니터 시장에 적극 뛰어들 가능성도 크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주도권이 위기에 놓였다는 위기 의식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대형 OLED에서 PC 모니터, 노트북 등 패널 생산을 늘리는 데 분주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1분기 10인치 이상 중대형 OLED 패널 생산량은 490만대였으며 이 중 노트북용 OLED가 250만대로 출하량이 가장 높았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연간 대형 OLED 패널 600만대 중반 규모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 중 TV용 패널은 580만대, 모니터용 패널은 8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모니터 출하량은 지난해 50만대보다 늘었다.
한국 업체들이 대형 OLED 패널의 시장을 확장하는 이유는 OLED 패널이 아직 TV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TV 시장에서 OLED TV의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패널 가격이 비싼 탓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기반으로 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에게 밀려 TV 시장에 쉽게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 업체들은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 등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트북 OLED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활동하며 에이수스, 레노버, HP, 모회사인 삼성전자 등에 노트북 OLED를 공급하고 있다. OLED 모니터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모니터 OLED 80만대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150만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80만대 목표를 세워 출하량을 늘리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도 노트북, 모니터 등을 노리고 대형 OLED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대형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지난해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15%였으며 올해 19%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 기업은 85%에서 81%로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도 내수 시장 내 태블릿, 모니터 등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며 내수시장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중국 내 TV와 가전제품을 새로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추진했다. 올해 1월에는 보조금 적용 범위를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1월부터 5월까지 4800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이구환신 정책의 혜택을 받아 5148만 개의 제품을 구매했으며, 매출 규모는 약 1433억위안(199억달러)로 나타났다.
중국업체들은 기존 화웨이, 레노보뿐 아니라 자국 내 다양한 완성 업체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며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패널 업체들은 화웨이에 159만7000대, 레노보에 13만대의 태블릿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지난해에는 그 외 업체들에도 48만대를 공급하며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노트북용 OLED 패널도 지난해부터 공급하기 시작했다. 화웨이에 214만1000대 그 외 업체에 17만대를 공급하며 기업 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이 자국 이외에 해외 시장에도 태블릿, 노트북 OLED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BOE, 차이나스타(CSOT)은 대만 등 해외 업체에 저렴한 가격으로 샘플을 납품하며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회사들은 다른 나라 기업에 노트북, 모니터 OLED 샘플을 공급하면서 한국보다 싸게 팔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기업이 OLED에 투자할 경우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량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중국산 재료를 사용해도 보조금을 준다"며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사에 패널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이 붙는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불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이 8.6세대 IT OLED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대형 OLED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중국 업체 중 BOE, 비전옥스, 차이나스타(CSOT)가 본격적으로 8.6세대 IT OLED 시장에 진출했고 티엔마도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8.6세대 라인으로 IT OLED를 생산하더라도 납품할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패널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캐파(생산능력)를 채우기 위해 아이패드 등 고부가가치 IT 제품이 아닌 모니터 등으로 생산을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중국 업체들이 8.6세대 IT LCD에 투자했을 때 스마트폰,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해당 라인에서 TV와 모니터를 생산했다"며 "8.6세대 IT OLED도 마찬가지다. 중국 업체들은 고부가 제품으로 캐파를 다 채우지 못해 다른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기술력에서 앞서 있더라도 중국 업체가 언젠가는 따라잡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간과하지 말고 대형 OLED 부문에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급망 확대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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